태안의 작은거인 청산 신세철 선생 '인향만리'…주민들이 흉상 건립

  • 사회/교육
  • 이슈&화제

태안의 작은거인 청산 신세철 선생 '인향만리'…주민들이 흉상 건립

고무신에 작업복 피땀으로 청산수목원 설립
박물관과 남면시대 통해 주민께 긍지 전해
주민들 성금으로 5월31일 흉상 제막식 거행

  • 승인 2024-05-28 17:58
  • 수정 2024-05-28 18:13
  • 신문게재 2024-05-29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신세철
청산 신세철 원장을 추모하기 위해 태안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유고집 발행과 흉상 제막식이 5월 31일 청산수목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생전 신세철 원장 모습.  (사진=태안문화원 정지수 제공)
평소 고무신에 작업복으로, 성실과 근면을 생활화하면서도 '청산 수목원'을 설립하고 향토박물관을 운영해 태안 향토 사랑을 실천한 청산(靑山) 신세철(1947~2019) 원장을 기억하는 소박한 추모제가 열린다. 마을 주민과 지역 단체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신세철 원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3000만 원을 모금했고, 그가 남긴 시 47편과 글을 수록한 유고집과 흉상을 제작해 5월 31일 오후 2시 태안 청산수목원에서 제막식을 갖는다.

청산 신세철 원장은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체결되자 우리 농업도 혁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우선 식량 작물의 대체농업을 원예작물로 전환하려는 꿈을 시도했다. 때로는 꽃이 밥을 먹여주느냐는 이웃과 친지의 질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들 꽃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인가? 그는 주저 없이 수목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힘든 역경을 극복해 30여 년 피땀의 결실로 전국 규모의 아름다운 청산 수목원을 조성했다. 군내의 연 30여 종을 수집하고 이어서 전국에 흩어진 200여 종의 연을 수집해 국내 최다품종의 연밭 애련원(愛蓮園)은 수목원의 백미로 꼽힌다.

청산은 지역 주민에게 긍지와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 친구들과 뜻을 모아 신장소식과 남면시대(南面時代)를 발간했다. 또 1993년 민속유물 350여 점과 신석기 유물 20여 점을 수집하면서 태안군의 협조를 얻어 전국 최초의 마을 박물관인 '신월(新月) 향토유물전시관'을 건립했다. 남면지(南面誌)를 집필하면서는 부족한 발간비를 충당하는 등 헌신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어려운 향토문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태안군이 시상하는 '태안군민 대상' 수여자로 시상식 참석을 통보받았으나 자신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서 불참하자 가족에게 부상인 황금열쇠를 전달했다. 그러나 청산은 즉시 상당액을 군 상조은행에 환원해 감동을 주었다.

청산은 식물뿐 아니라 수산물의 생태오 분포에도 관심이 깊었다. 유년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집 앞 천수만 갯벌에 물막이 고기 잡기와 홰리질을 하며 바다와 친숙해졌으며, 몽산어협 창고에서 일제강점기부터 폐기되었던 엄청난 분량의 서류를 조사 정리하는 열정을 보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탐독해 우리 해안의 수산물도 정리할 필요를 느껴 2006년부터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로 '태안어보(泰安魚譜)'를 집필해 자신이 발행한 남면시대에 연재했다.

청산은 독립운동가의 발굴과 선양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는데, 우운 문양목 선생을 지역에서부터 조명해야 한다며 20여 년간 기념사업에 매진하고 대한독립단장 서병철과 독립운동을 펼친 원청리 임정호씨 선양사업을 위해 정부 기록보관소와 후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는 2019년 12월 30일 태안군 향토문화연구소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이영수 청산 신세철 흉상건립추진위원장은 유고집 발간사를 통해 "청산은 근면 검소의 신념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서 당당하게 개척해 오신 우리 지역의 선각자이었다"라며 "흉상건립과 유고집 발간을 계기로 고인이 구현하려 했던 더 아름다운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재학 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 전 이사장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을 신오복(新五福)이라는데 뒤늦게나마 청산과 마음을 같이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이제 누가 있어 끝없이 추락하는 향토의 미래를 토로할 것인가 암담할 뿐이다"라며 "작은 거인으로 평생 사랑했던 꽃과 나무와 더불어 이 땅에서 청산이 꿈꾸던 이상향은 영원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태안=김준환 기자·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표 ‘대전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현실화되나…관건은 이전 대책
  2. 허태정號 온통대전 부활 예고... 관건은 예산 확보
  3. 포스트 지방선거 공공기관 2차 이전 부상…李대통령 8일 언급하나
  4.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5. [오늘과내일] 재건축은 자산가치와 공동이익을 균형있게 추구해야
  1.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2.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3.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6장-숭어리샘, 나르키소스를 넘어서
  4. 포스트 6ㆍ3 충청 與野 "이번엔 집안 싸움…" 다시 후끈
  5.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3·8민주의거 12번째 영웅으로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3·8민주의거 12번째 영웅으로

66년 전 교실에서 몰래 구호문을 주고받으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한 학생의 이름이 뒤늦게 역사 앞으로 불려졌다. 1960년 3·8민주의거에 참여하고 최근에서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김태진 선생(84·대전고 40회)이다. 김태진 선생은 올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뒤 8일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1000만 원을 기탁하며, 자신이 참여했던 3·8민주의거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선생은 1960년 당시 대전고 2학년이었다. 점심시간 뒤 시위가 있다는 말이 반 대표들에게 전달됐고, 수업 중 몰래 구호문이..

`세종 유일 휴양림` 금강수목원, 정권 교체에 민간 매각 스톱
'세종 유일 휴양림' 금강수목원, 정권 교체에 민간 매각 스톱

중부권 최대 규모이자 세종 유일의 자연휴양림인 '금강수목원'. 최근 민간 매각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소유권을 토대로 매각 절차를 밟아온 충남도와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세종시의 새 단체장 모두 수목원 보전에 힘을 실어온 인물들이다. 9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이어진 금강수목원(충남 산림자원연구소) 부지 등의 매각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현시점에선 새로운 도정의 출범이 예고된 만큼, 매각 절차를 멈추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수목원 부지와 건물, 수목 등을..

[세계유산 알쓸신잡] 세계유산 이렇게하면 지위 박탈
[세계유산 알쓸신잡] 세계유산 이렇게하면 지위 박탈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이행지침 192~198조는 세계유산 목록에서의 삭제, 즉, 세계유산의 지위 박탈에 대해서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삭제된 유산은 오만의 아라비아 영양 보호구역(Arabian Oryx Sanctuary),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Dresden Elbe Valley), 영국의 리버풀-해양무역도시(Liverpool Maritime Mercantile City) 등 3건으로, 유산 보존보다 개발을 우선할 경우 세계유산이라는 명예로운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표적 선례다. 1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 ‘늑구 보러 왔어요’ ‘늑구 보러 왔어요’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