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정부와 지자체 재정지출의 지속가능성과 재정적 기회비용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정부와 지자체 재정지출의 지속가능성과 재정적 기회비용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06-12 15:45
  • 신문게재 2024-06-1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필 교수
권선필 교수
출퇴근 하는 길에서 초등학교 주변에 접근하면 30㎞속도 제한 구역을 지나가게 된다. 가장 먼저 도로위에 둥근원안에 30이라는 숫자가 있는 표지판이 나타나고, 도로 옆에 전봇대에도 같은 표지판이 붙어있다. 10m정도를 지나면 다시 같은 표지판이 서있고, 표지판 아래에는 '당신의 현재속도'를 숫자로 보여주는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이 있다. 물론 도로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씨가 차선마다 학교 교문 앞에 이르기까지 두군데에 쓰여져 있기도 하다.

이렇게 도로위의 글씨와 네 개의 표지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교문앞을 지나 사거리에 이르면 또 다시 30㎞ 제한속도 표지판이 사거리에 접근하는 쪽마다 붙어있고, '신호과속단속'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CCTV가 도로위에 달려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주택가쪽에서 접근하는 보행로에는 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하는 도로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시설과 장치를 설치한 이유는 바로 민식이법이 강화되면서다. 어린이 보호구역안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CCTV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처벌도 강화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며,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500만~30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충남 아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기점으로 논의가 크게 진전되어 2019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9년 12월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되었고,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이렇게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었고, 이 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 도로상에 각종 표지판과 시설을 설치하고, 법이 기대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단속하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단속을 강화해서 기대하는 효과를 얻었을까? 결과는 긍정적이지많은 않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19년 567건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20년 483건으로 줄었다가 21년 다시 523건으로 늘었고, 22년 514건, 23년 486건으로 줄어 사실상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다. 사망사고는 19년의 6건에서 이후 매년 2,3건만 발생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상의 경우를 보면 19년의 589건에서 20년 507건, 21년 563건, 22년 529건, 23년 53건으로 민식이법의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나 지자체의 입장이 아니라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민식이법 3년차를 맞던 23년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식이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응답을 했다고 한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을 위해 법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생각을 반영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일부 지역에서 30㎞ 이하 속도제한을 50㎞로 올리거나,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 사이 속도를 50㎞로 상향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것은 시설과 장비를 투입하고, 단속을 기본으로 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설 및 장비를 투입하거나, 단속위주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방식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계속 부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아니라 더 긴급한 다른 일에 지출해야하는 기회비용을 잃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봐야 한다.

재정지출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재정적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특히 국가부채 문제를 내세우며 감세와 예산삭감을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 조차도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나 지출 우선순위에 대해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4.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5.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1.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2.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3.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4. 올 김장철, 배추 등 농수산물 수급 '안정적'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