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충의 현장에 빛난 효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충의 현장에 빛난 효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4-06-16 09:23
  • 신문게재 2024-06-17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단장
김덕균 단장
1592년 임진왜란 이전까지 조선 사회는 약 2백 년간 전쟁 없는 평화의 시기였다. 북방 국경지대에서 여진족과 일부 긴장 관계는 있었어도 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다. 남쪽에서는 왜구 출몰이 끊이지 않았지만 역시 제한된 지역 내 일부 소란 정도에 그쳤을 뿐, 조선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조선의 통제력이 영향력을 발휘하며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던 소소한 문제들이다.

이런 전쟁 없는 평화 속에서 조선은 문인 사대부 중심의 사회가 형성됐다. 이들이 다양한 의견 개진과 충돌을 주고받는 가운데 여러 당파와 당색이 만들어졌다. 같은 사안이라도 당파와 당색 따라서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서 국가적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 수신사 일행의 귀국 보고였다. 전쟁을 준비하는 일본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란 상반된 보고가 그것이다. 전자는 전쟁에 대비하자는 입장이고, 후자는 나지도 않을 전쟁을 준비하다 보면 오히려 민심만 흉흉해진다는 의견이다. 모두가 평화 유지를 위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었지만 대처하는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어쨌든 결과는 일본군의 대규모 침략으로 드러났고, 평화에 익숙했던 조선의 민관군은 모두가 혼비백산했다. 관군은 곳곳에서 무참히 깨졌고, 관리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최고지도자 선조 임금은 중국과의 국경 의주로 피난했다. 여차하면 중국으로 망명할 참이다. 이 땅을 책임져야 할 관리와 군대가 속수무책 나락으로 떨어지자 힘없는 백성들만 남았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백성들은 단단히 각오하며 지역마다 지역 지킴이 부대를 결성했다. 의병부대 창설이다. 당시 지역은 혈족 중심의 집성촌이다. 지역에는 부모 형제 가족 친지가 있다. 마을 중심에는 조상을 모신 선산과 사당이 있다. 모두가 효의 산물들이다. 지역 지킴이 부대로 의병이 나왔다면, 의병은 곧 효의 부대였던 셈이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중봉 조헌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고향 주변에서 의병을 모아 청주성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다. 대승의 기쁨도 잠시, 의병부대의 승리를 시기 질투하는 관의 결정이 내려왔다. 승리에 대한 훈포장이 아닌 의병 해산명령이다. 계속 의병에 가담할 경우 부모와 처자를 모두 잡아 가두겠다는 협박 명령이다. 관군에게는 조헌의 의병부대는 조금도 지원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 와중에 충남 금산에서 왜군과 대치하던 다른 의병부대의 지원 요청이 왔다. 해산명령으로 뿔뿔이 흩어진 의병을 모아보니 모두 7백명이 남았다. 조헌은 이들과 함께 충남 금산으로 향했다. 곡창지대 전라도를 공략하기 위한 일본군의 진로를 차단하기 위한 금산 전투, 치열한 공방전 끝에 조헌과 7백명의 의병은 모두가 전사했다.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참전했던 자녀들도 여럿 있다. 애당초 의병부대는 지역의 가족 친지를 지키는 효의 부대였고, 전투 현장에서도 아비를 몸으로 보호한 효자들이 가득했다. 조헌의 아들 조완기도 아비와 함께 현장서 순절했다. 이렇듯 의병부대의 전투 현장에는 효와 충이 함께 빛나는 일들이 잦았다.

효와 충이 어우러진 의병부대가 전국 각지에서 큰 공을 세우며 전세는 조선에 유리해졌다. 해전에서 이룩한 이순신 장군의 혁혁한 전공이 빛을 발하며 결국 임진왜란은 조선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쟁은 수많은 사연과 아픔을 남겼다. 그중 가장 큰 사연은 효로 뭉쳐 충으로 빛난 의병부대에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 나라사랑에 효가 함께 빛났던 역사를 돌이켜 보았다. 이 땅을 살리는데 효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인의 기본정서 속에 강하게 깃든 조상, 가족, 친지 사랑이 지역에 대한 강한 보호 본능으로 작용하면서 지역 지킴이 부대 의병이 나왔고, 의병부대가 지역을 방어하며 곳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가운데 결국 나라가 살아났다. 효가 나라를 살린 것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2.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3.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4.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5.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1.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2.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3. "서산 한우 관광 메카 만든다", 서산 운산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 본격 시동
  4.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5.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헤드라인 뉴스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5일 오전 11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수역. 수면은 평소 물빛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녹조가 뒤덮은 물 위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갔고 물가에는 각종 부유물이 떠다녔다. 수변 주변으로는 수많은 파리가 날아들었다. 플라스틱 컵으로 수면의 물을 떠보니 연한 초록빛을 띠었다. 물을 다시 쏟아낸 뒤에도 컵 안쪽에는 녹색 흔적이 남았다. 추소리 수역은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날도 작업자들이 녹조방제선에 올라 수면을 뒤덮은 녹조를 걷어내고 있었다. 방제 작업은 하루 두..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이른바 '건보 청구 0원 의료기관'이 대전과 충남에서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진료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의료기관은 대전 서구와 충남 천안에 집중되어 있고, 성형외과보다 일반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대전 의원급 의료기관 65곳과 충남 31곳이 연중 건강보험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신설 대체 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한화포레나 유성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기부채납 공사가 중단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개교를 믿고 입주를 결정한 입주민들은 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재개와 개교 일정 정상화를 촉구하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한화포레나 유성 입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공사 중단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교육청과 시행사는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