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국제정세를 돌리는 오선위기혈은 진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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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국제정세를 돌리는 오선위기혈은 진짜 있는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06-24 17:10
  • 신문게재 2024-06-25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지난 주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는 '북-러 정상회담'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맺은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면 지체없이 타방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란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을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무자비하게 남한을 침공한 뼈아픈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마음에 국민 모두가 근심에 찬 모습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이제 윤 정부의 '안보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정책에 따라 그동안 핵개발을 미뤄왔는데, 이제는 핵 보유를 통해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동북아의 정세가 이래저래 한반도를 중심으로 또 한 번 소용돌이 칠 기세이다.

나는 뉴스를 보면서 1904년 있었던 러-일 전쟁을 떠올렸다. 당시 러시아는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일본과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전하고, 동북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러시아가 이 전쟁을 이겼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이는 1차 세계대전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가정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한반도는 과거나 지금이나 국제정세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는 '오선위기혈'이란 혈자리가 있다. 명당자리란 의미보다는 세계정세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마치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세로 펼쳐진다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달리 말하면 한국(남·북한)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5개국이 힘겨루기를 통해 국제정세가 변해간다는 이야기인데, 이 혈자리는 순창 회문산에 그 위치를 두고 있다고 하나, 누구 하나 찾았다는 사람은 없다. 혈자리를 찾고 못 찾고를 떠나 한반도 정세를 바둑판으로 비유한 일화는 많이 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중국의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바둑판을 선물하면서 한반도의 정세를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나, 2016년 한국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인 사드를 실전배치하자, 중국언론인 환구시보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사드배치는 줏대도 없는, 마치 한국은 미국의 바둑알에 불과하다'란 논평을 내기도 했다.

바둑판의 가로, 세로 줄은 19줄이고, 여기에 2를 곱하면 38이다. 남북한이 경계로 삼은 위도 38선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바둑돌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음양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음양의 이론으로 만들어진 주역을 보면 38번째 괘가 '화택괘'이다. 화택괘는 '서로 뜻이 어긋나서 반목한다.'란 점괘를 가지고 있다. 이래저래 살펴봐도 한반도는 국제정세를 살피는 바둑판이면서 화약고란 생각이 절로 든다. '오선위기혈'은 존재 여부를 떠나 이렇게 절묘한 비유가 있을까 싶다.

남과 북은 6.25 전쟁 이후로 휴전상태이면서 70년간 전쟁준비를 해왔다. 내일 당장 전쟁이 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없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근 미래에 중국이 대만 침공을 앞두고 우회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여 남한을 먼저 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번 북-러 군사동맹으로 북한이 신형 러시아산 무기를 확보한다면 -6.25 당시 소련제 탱크처럼- 핵무기 보유와 함께 무서울 것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들을 한다. 동북아시아가 제3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둑판에서 남과 북이 더는 바둑알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근 70년을 서로 대치하면서 남과 북이 창과 방패의 역할로 국방력을 키워왔고, 오히려 그 힘을 자주국방의 기치로 삼았으면 한다. 주변 강대국들과 대등하게 대화하고, 남과 북이 더는 동족상잔으로 이득을 얻을 게 없다는 점을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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