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온도의 끝, 극저온 냉각 기술이 만드는 미래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온도의 끝, 극저온 냉각 기술이 만드는 미래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 승인 2024-07-25 17:03
  • 신문게재 2024-07-2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0725102141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엄밀한 정의는 아니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평균 온도를 상온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여기서부터 위로 올라가면 고온의 영역이고, 온도가 내려가면 저온의 영역이다. 극한의 고온의 영역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한 번쯤 들어봤을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 핵융합 시험로(ITER)며, 2034년 9월 시범 개시될 계획이다. 1985년 러시아, 미국의 사업 논의를 시작으로 2006년 본격적인 국제기구 ITER가 발족돼 체계적으로 협력하여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온도는 1억도 이상의 영역이다. 목표인 1억 5000만 도의 열을 플라즈마가 잡아주어야 한다. 플라즈마가 안정적 상태를 가지도록 초전도 자석을 주변에 두르는데, 초전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영하 269도까지 지속 냉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극한의 고온 영역의 기술 구현을 위해 극한의 저온, 즉 극저온 냉각 기술이 필요한 아이러니이다.

극한의 고온과 달리 극저온 영역의 온도는 끝이 존재한다. 원자나 분자의 운동이 멈추는 절대온도인 -273.15℃가 온도의 끝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모든 온도의 기준이 될 수 있어서 절대온도 0(K)이다. 여기서는 상온부터 온도를 낮춰가면서, 극저온 냉각 기술로 열릴 수 있는 미래에 대해 대중적 관점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극저온 냉각기술이란 압축기, 팽창기, 열교환기 등의 기자재가 열역학 사이클로 운전하며 극저온 환경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술이다. 보통 150℃ 이하를 극저온 영역이라 할 수 있다. 0℃~-60℃ 정도에서는 산업용 냉동기가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초저온이라고도 할 수 있는 60℃~-150℃ 영역의 극저온 기술은 탄소 액화, 반도체 공정 극저온 설비, 바이오 시료 보관, 데이터 센터 냉각 등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CCUS, 첨단 반도체, 바이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등의 부상하는 신산업 분야로 이어진다. 243℃ 정도로 내려가면 초전도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초전도 기술은 손실 없는 전력 공급이 가능하게 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풍력 발전용 초전도 발전기, 송배전용 초전도 케이블 등 고효율 전력 신산업을 가능케 하고, 자기부상 모빌리티 등 다양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253℃로 내려가면, 수소를 액화시켜 대용량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해 수소 모빌리티 등 무탄소 청정 수소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점 추진 분야 중 하나인 대용량 수소액화플랜트도 머지않아 우리 기술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269℃까지 내려가면 입자가속기나 앞서 서두에 언급하였던 핵융합 발전의 안정화 기반을 구현할 수 있다. 이제 온도의 끝 영역까지 거의 다 왔다. 0~1K, 즉 -273℃의 극저온 온도의 끝 영역을 구현하면, 양자 컴퓨팅 등 본격적인 양자 기술이 적용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미래 기술이자 미래의 소부장이다. 또한,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국적의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극저온 냉각 기술 개발 관점에서 두 개의 기술 개발 축이 있다. 하나는 헬륨, 네온, 수소 등의 냉매로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며, 또 하나는 극저온 용량을 키우는 기술이다. 온도를 낮춰갈수록 대용량이 힘들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극저온 인프라 관련 기업은 소수이며, 극저온 냉각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의 150℃~-253℃ 영역의 10~50kW급 규모(용량)의 실증 기술이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집을 지을 때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기둥 밑에 주춧돌을 괸다. 튼튼하고 안전한 집의 시작은 주춧돌과 함께한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현재 부상하는 신산업뿐만 아니라 미래 신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수행하며 신산업의 안착을 묵묵히 열고 있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하나의 사례이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발전 역사가 깊은 전통적 기계기술 중에 수많은 주춧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주춧돌들을 찾으면서 다양한 미래를 그려보자.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접수 가능해요
  2.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3. 충청권 광역의원 최대 5석 늘어난다…인구감소 서천·금산·옥천 유지
  4. 유퀴즈부터 한화이글스, 늑구빵까지! 늑구밈 패러디 폭주 '대전은 늑구월드'
  5. 송자고택 품은 소제중앙문화공원 준공
  1. 글로벌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 UST
  2.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3.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4. 대전 동부서, 길고양이 토치 학대한 70대 남성 구속영장
  5. 충남대병원, 폐암 정밀진단 첨단 의료장비 도입…조기진단으로 생존율 기대

헤드라인 뉴스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의 한 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현장의 변화 요구가 빗발친다. 삭감된 예산 회복을 넘어 연구 자율 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출연연 통폐합 발언과 관련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이 제59회 과학의 날을 맞아 실시한 과학기술계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 만점 중 3.85점이다. 보통(3..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접근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대전시는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해 긴급차량의 위치와 우선신호 정보를 내비게이션으로 제공하는 '긴급차량 접근 정보 안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20일에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긴급차량 출동 시 운전자에게 실시간 접근 정보를 제공해 양보 운전을 유도하고, 출동 시간 단축과 교통사고 예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현재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구축해 5개 소방서를 중심으로 총 9개 주요 출동 구간에 적용·운영하고 있다. 다..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2027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가 4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단이 참여 유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방위적 활동을 예고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와 연맹은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레온즈 에더(Leonz Eder) 회장, 마티아스 레문트(Matthias Remund) 사무총장 등 FISU 회장단과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