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글쓰기의 힘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글쓰기의 힘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4-08-04 17:18
  • 신문게재 2024-08-05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4060901000490000021141
백낙천 교수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글로 표현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표현하기 이전의 사고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즉,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 다음에 글을 쓰기 위한 상황적 요소와 관련하여 주제와 제재를 설정하고 대략적인 구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말하는 대로 쓴다고 바로 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듭 생각하는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는 사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하는 지난한 과정이듯이, 글을 쓸 때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만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먼저 그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은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다른 사항과의 관련성을 모색해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여 발견된 문제에 대해서는 발생한 원인이나 미치는 영향, 예상되는 결과까지도 고려하여 문제를 투명하게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글을 쓸 때에도 먼저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이고,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글을 쓰는지,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내용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써야 한다는 점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글을 쓸 때에는 계획을 세우고 내용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고 적절한 문제 해결 전략을 사용할 때에 주어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결국 문제 해결 과정은 사물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증폭시키며 이를 통해 창조적 사고를 실현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나아가 삶의 기대 지평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해답을 찾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글을 쓴다는 것은 종합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의식적 활동이다. 종합적 사고란 문제와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 예컨대 인간, 사회, 자연, 문화 등을 상호 연관 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성숙된 의식을 함양하는 인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 사고는 폭넓은 독서 체험과 사색을 통해 편파적 지식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길러진 인지 능력은 말하기, 듣기, 읽기가 통합된 구조 속에서 유기적으로 학습될 때에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은 긍정적인 정서를 강화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의 모든 경험에는 정서가 뒤따르며, 그러한 정서는 글을 쓰면서 보다 명료해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글을 쓰면서 어떠한 일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흥미와 관심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정서를 기르는 데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일련의 체계화된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발견하고 조직하고 표현하는 활동이며, 특정한 경험이나 지식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에 영향을 끼쳐 결국은 신념이나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구체적인 삶의 생산적이고 창조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이다. 그리고 이것이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2. 성남시, 1기 분당신도시 정비구역 확대 가능성 검토
  3. 경기 광주시, 470만 명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JTX ‘조기 추진’ 촉구
  4. 대전시 조건 안 맞는 중수청 대안 냈었다… 청사 선정 배경 논란
  5. 세종시 신규 사무관 8명... 새로운 출발 다짐
  1. 경산시, 경산역~경산시장 야간경관 조성
  2. [르포] "오늘 영업 안 하나요"… 갑작스러운 휴업에 멈춘 홈플러스 유성점
  3. 코스피 7000선 붕괴에 개미들 '통곡'... 매도 사이드카에 서킷브레이커까지
  4. 산부인과 병·의원 중 분만가능 대전 21% 충남 30%…심평원 의료데이터 공개
  5. 신산업·신기술 분야 직업계고 학과 재구조화 속도

헤드라인 뉴스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대전 유성구 마을버스 노선 개편 문제가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해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신도심과 외곽 지역 등을 중심으로 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구비 부담이 커 노선 증설이 어렵고 시내버스와 운행이 겹치는 일부 노선의 적자도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당국의 재정부담이 마을버스 노선 개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선 향후 대전시 순환버스 도입 과정에서 마을버스 노선을 통합,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유성구 마을버스는 총 18대, 3개 노선으로 1번(충대농대종점~청벽산공원)..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강력·중대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려던 정부 방안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 낮추자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국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다시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시민참여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