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0. 민주주의는 권한의 자의적 행사와 재량권의 제한이 핵심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80. 민주주의는 권한의 자의적 행사와 재량권의 제한이 핵심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8-08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듣거나 쓰고 있습니다. 그 뜻은 대충 이해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지요. 어원적으로는 '국민의 통치'를 말하고, 우리나라도 헌법 제1조와 2조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만 나와도 민주주의를 설명할 수 있지요.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복잡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고전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은 자유, 평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도 그 개념 하나하나가 논쟁적이기 때문에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없지요.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는 기본적인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권은 정치적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말하며,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은 경쟁적인 선거와 상당한 정도의 '체제 내 반대'의 허용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우리나라는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달성되었다고 인정하지만, 아직도 복지 및 소득 재분배 등 사회경제적 갈등과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민주주의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으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본다면 미국과 일본의 민주화 수준과 비슷합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매년 세계의 '민주화 지수'를 발표하는데, 계속해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금년은 미국보다는 앞서 있고 일본에 비해서는 떨어졌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22위, 미국은 29위, 일본은 16위로 되어 있는데 해마다 순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추세로 본다면 세 나라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와 같은 정치적 민주주의보다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고 결정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저서를 낸 바 있는 로버트 달(Robert Dahl) 교수는 민주주의란 "모든 구성원이 해당 단체의 정책 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니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참여란 의제가 설정되고 대안과 주장이 논의되는 숙의 과정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최근 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 중에서도 구성원의 질이 가장 높은 대학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구성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사례를 보면서, '여기는 어느 세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다양성과 비판을 허용해야 하는 대학에서 '대학 통합' 등 중요 정책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민주주의 개념이나 이념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한편으로 민주주의는 '자의적 권한 행사'는 허용되지 않고 '재량권'도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양면성이 있으니까 시시비비를 유보하나, 결과보다도 절차나 과정의 비민주성을 지적합니다. 대학 존폐에 관한 문제인데 막판에 한두 사람이나 보직교수들이 확정하고 사후 설명, 그것도 편향적 자료에 근거해서 설득하는 것은 대학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일부 대학의 사례이겠지만, 이렇게 대학에서는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 권한의 자의적 행사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대학이 가장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4.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5.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1.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2.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3.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4. 대전 환경단체, 열병합발전 발전용량 증설 승인 전기위 규탄
  5. '제5회 SDGs 소셜벤처 챔피언십'서 목원대 학생 2팀 수상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