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K-안전은 요원한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K-안전은 요원한가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4-08-12 10:4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풍경소리 김태열 수필가
김태열 수필가
여름 장마가 지나갔다. 7월 10일 내린 집중호우는 대전과 충청에 꽤 깊고 굵은 주름을 남겼다. 홍수가 지나간 후 자전거를 타고 갑천의 홍수 흔적을 보았는데 제내지(堤內地)의 거의 1층 높이까지 차오른 곳도 있었다. 비가 더 왔더라면 큰 침수피해가 일어났을 듯했다. 도심에는 유수지가 없는 곳도 있기에 극한 호우에 대비한 세밀한 침수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6월 아리셀 리튬제조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났다.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는 가연성 유기 전해질 사용으로 화재에 매우 취약함에도 방송에 노출된 공장 환경을 보니 격벽이 없고 대피로에도 물건이 쌓여 있었다. 이전에도 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예방과 초기 대응조치는 허술했다. 사고가 난 후에야 행정기관에서는 전국의 리튬 사업장을 점검하는 요란을 떤다.

화재 원인조사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2층 공장에서 난 불로 23인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타 사례에서 보듯 여러 부실 요인이 얽혔을 것이다. 아리셀 같은 공장은 그 산업만의 특수한 화재 유형이 있으니 건축설계와 소화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에서는 물로써 꺼지지 않으니 모래를 뿌려야 되느니 하는 뒷북치는 소리만 들렸다. 아리셀은 사고 나기 석 달 전만 하더라도 우수 산업재해방지 현장으로 뽑혔단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맞나 할 정도로 재해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사고를 수습하는 방안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끊임없이 다른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니 앞의 사건은 금방 휘발되어 사라진다. 아리셀의 비극도 벌써 대중들의 관심에서 비껴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은 엄청났다. 안전관리에 획기적인 대책이 수립되고 안전 의식도 높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단지 확실한 학습효과는 사고가 난 후 윗분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보여주기식 책임회피 말들이 수시로 보도된다. 물론 각 분야에서 재해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법이나 제도를 많이 보완했다. 하지만 사고는 제도적인 조치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경영의 틀에서 안전을 총괄하는 사업주의 관심과 담당자의 책임 의식, 종사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울려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 테다.

최근에는 공공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8월 2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많은 차량이 전소되고 유독 가스와 함께 몇백 가구에서 단전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 파장이 만만찮다. 작년에는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사 중 철근 누락으로 일어난 상층부 붕괴사고도 있었다.

산업 및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안전 불감증이 널려있다. 운전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다가 주의력 결핍으로 차량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최대속도가 25km/h인 자전거 도로에 자토바이가 과속으로 달리는 모습도 종종 본다. 아차 하면 사고로 직결되는 행위로 나부터 안전 문화의 생활화가 절실하다.

곧 가을장마가 시작되고 태풍도 두서넛 영향을 미칠 것이다. 80년대 후반이었다. 10월 초, 태풍이 남부지방을 스쳐 지나갔다. 대통령이 상황 파악 차 지금의 재난 안전관리본부 상황실에 전화했는데 연결되지 않았다. 그 당시 방재 기간은 6.15~9.15일까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방재 기간은 10.15일까지로 늘어났다. 지금은 기상이변, 도시화 및 산업 고도화로 연중 수시로 재난·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주는 판에 터무니없는 재해나 사고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안전 문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올해 기상특보 시 토양 함수율이 90% 이상 포화도에 이르면 산사태 주의보를 내리는 등 수해 대비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안전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 한 번의 사고는 실수지만 거듭되면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걸맞게 새로운 각오로 K-안전을 다짐할 때다. 김태열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