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무대 뒤로 퇴장하려는 전공의들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무대 뒤로 퇴장하려는 전공의들께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4-08-19 17:20
  • 신문게재 2024-08-2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8월 7일 대전에서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대전시의사회가 주요 임원과 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돕는 전문의 열 서너 명이 모여 전공의 및 대학 휴학생들과 식사 나누며 대화하는 간담회였습니다.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 대전선병원에서 대표를 맡은 전공의들이 참석했고, 충남대, 건양대, 을지대 등의 의과대 학생대표가 참석했고요. 기자가 생각하기에 이날 간담회가 특별히 중요한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말을 직접 듣고 생각을 나눌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발표 후 의료계와 보건정책 기관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의료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제가 많은 보도를 내었지만, 정작 사직 전공의를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진료실을 박차고 나온 전공의들이 어떤 생각에서 진료거부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행동에 나섰는지, 사태 발생 때부터 그들은 제게 취재 1순위이었습니다. 그들을 만나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눠보려 여러 차례 시도했습니다. 4월 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남대 의과대학을 방문했을 때 피켓 시위에 나선 학생들 사이에서 "집회 끝나고 잠시 말씀을 나눌 수 있을까요"라고 의향을 물었고, 6월 18일 서울에서 진행된 의사 총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대전시의사회가 준비한 전세버스에서 버스에 오르는 전공의들에 대화할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의료 결손으로 국민이 감내하는 일에 비해 그들의 아무 말도 않겠다는 의미의 손짓은 무척 가볍게 여겨졌습니다. 기자로서 갈등을 빚는 여러 현장을 취재하면서 당사자 중에서 직접 만나거나, 유선으로라도 연결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의정갈등에서 전공의만큼 중요한 주체이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현상은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래서 7일 간담회에서도 전공의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할 때 가장 집중해서 듣고, 이보다 앞서 5월 30일 대전시청 보라매광장에서 열린 의사들의 야간집회에서도 전공의 발언을 기사 앞머리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의대 증원의 비정상적인 정책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전문의 수련 포기를 걸고 사직행위에 나섰지만, 반년이 되도록 변화된 게 없다는 실망감이 그들에게 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번 사안이 시간이 지나 잊히는 사안이 아니라 재앙과 전쟁처럼 너나없이 행동해야 하며 외면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는 결기의 마음도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과 안타까움,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2024년 전공의'가 무대 뒤로 사라지도록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아야 할 때입니다.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2.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3.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4.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5.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1.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2. [취임 인터뷰] 대전 역세권부터 빵타워까지…황인호표 동구 혁신 시동
  3.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독립기념관 품은 흑성산 자락 대규모 수목장 조성 전면 재검토 촉구
  4. 민선 9기 대전시 조직개편 추진... AI와 시민에 방점
  5. ‘순환인사 확대’에 맞선 대전경찰 “대책 없는 제도 대응”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