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3-화합시대] 비빔밥 주 재료 나물 조리법을 통해 본 대전 경제계 현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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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3-화합시대] 비빔밥 주 재료 나물 조리법을 통해 본 대전 경제계 현안들

특구 출연연-지역기업 소통으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노사 최저임금 갈등은 구조적 문제 입장차 이해 우선
지역 우수인재 수도권 유출 지역경제 성장 저해 요인

  • 승인 2024-09-01 12:00
  • 신문게재 2024-09-01 5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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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계의 다양한 현안들이 우리 전통음식인 비빔밥처럼 조화를 이뤄 진정한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빔밥은 콩나물, 시금치, 당근, 애호박, 고사리, 버섯 등 고소한 나물에 상추, 오이 등 신선한 채소들을 쌀밥에 비벼 먹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앞서 언급한 재료들을 각자의 입맛이나 냉장고 사정에 따라 넣고 빼도 되지만, 재료에 따라 살짝 데치거나 푹 삶는 등 조리방법을 달리해야만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지역 경제계에도 조화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인재 유출은 지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50여 년째 외딴섬으로 인식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지역기업 간 상생은 지역경제계의 숙원이다. 지역 경제계가 비빔밥 재료들처럼 조화를 이뤄 진정한 화합의 시대를 열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요 현안들을 나물 조리법에 빗대 알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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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상공회의소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 출연연과 지역 경제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에 출연연 기관장을 초청하는 교류행사를 가졌다. /대전상의 제공
▲'살짝 데쳐야 하는 콩나물, 시금치' 대덕특구 출연연·지역기업 비즈니스 확대=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표준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20여 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지만, 지난 50여 년간 국책연구에 주력해온 탓에 갑천을 경계로 사실상 '외딴섬'으로 불려왔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는 산업육성 및 일자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덕특구 내 출연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으로 출연연과 지역 첨단·바이오 벤처기업간 연계를 통해 미래 핵심 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지역 경제계 수장인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복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산·학·연이 기술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 정태희 회장은 지역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출연연 각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의 자리를 주선하고 있다. 오는 10월 대전상의는 충청권역 내 6개 상공회의소와 함께 한국화학연구원과 기술애로 상담회를 개최한다. 국내 화학 관련 최고 전문가들의 기술자문을 통해 지역기업들이 현재 겪고 있는 기술적인 애로를 해소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갈 길은 멀지만, 한때 외딴섬으로 불려왔던 대덕특구 출연연과 지역기업의 소통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풋내만 제거할 정도로 살짝 데쳐야 제맛인 '콩나물과 시금치'에 빗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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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 위원과 근로자측 위원이 심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적당히 삶아야 하는 당근, 애호박' 노사 간 최저임금 갈등=임금 갈등은 같은 시간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는 노동자와 경영안정과 수익을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사용자 간 구조적인 문제로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 30원으로 결정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 대전 중구의 한 소규모 커피숍 사장의 경우, 월 임대료를 내고 나면 월평균 수익은 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아르바이트만으로 월 2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사업장을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라는 사장님의 하소연도 이해가 될 정도다.

이처럼 지역 내에선 1인 자영업자인 '나 홀로 사장'이 늘고 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내 자영업자 수는 올해 5월 14만 명에서 7월 13만7000명으로 3000명가량이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8만9000명에서 9만 명으로 1000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영세한 사업자들이 줄도산할 경우,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노동자 사이에서 일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도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은 직종의 근로자에게 시간당 1만 원의 임금은 조금 과하다는 시선도 퍼지고 있다. 앞으로도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은 계속되겠지만, 점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양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당히 익혀야 하는 당근과 애호박'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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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도시들이 겪고 있는 수도권 우수인재 유출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과제로 손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푹 삶아야 하는 말린 고사리' 수도권 우수인재 유출=수도권 인재 유출은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국 지방도시들의 공통된 이슈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한 교통인프라 및 정주 여건 등 지방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지역에 어떤 좋은 기업이 있는지 잘 몰라서 무조건 '인서울'만을 외치는 것이라는 내놓고 분석도 있지만, 청년들이 급여나 사내 복지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대기업을 희망한다는 것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대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대전시의 경우, 타 지역으로 인재 유출은 더 심각하다. 기업분석전문 기관인 한국CXO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매출 규모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대전에 둥지를 튼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을 취업 1순위로 꼽는 젊은 청년들이 졸업 이후 지역 내에서 취업할만한 기업이 없어 유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수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됨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노·반도체, 바이오·헬스, 국방, 우주·항공 분야 4대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선순환적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역 인재들이 마음 놓고 대전에 정착하기까지는 최소한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금 당장 가시화는 안되겠지만, 물에 불려서 푹 삶아 먹으면 제맛인 고사리 나물에 빗대 봤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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