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 승인 2026-06-07 16:59
  • 수정 2026-06-07 19:55
  • 신문게재 2026-06-08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광주 동구의 유기견 보호 프로젝트는 다섯 달 만에 4억 원을 모았다. 길 위의 유기견을 살리자는 호소에 시민들이 지갑을 열었고, 그 마음이 모여 도심형 입양센터가 문을 열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문제 해결에 자기 돈을 보태고 싶은지, 시민들이 스스로 선택했다.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고향사랑기부 플랫폼 '위기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것이 '지정기부'다. 기부자가 자기 돈이 어디에 쓰일지 직접 고른다. 답례품을 받는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푸는 시민이 된다. 위기브는 지금까지 160개 지정기부 프로젝트로 115억 원을 모았다. 지난해 모금액 235억 원 가운데 75억 원, 약 3분의 1이 지정기부였다. 광주의 유기견처럼, 시민이 직접 고른 곳에 돈이 닿을 때 기부는 일회성 선의를 넘어 지역을 바꾸는 힘이 된다.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도전하기 어렵다. 손은 많이 가고 수익은 적은 지역문제 사업을, 영리기업이라면 이렇게 끈질기게 붙들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공익만 앞세웠다면 진작 동력을 잃었을 것이다. 영리와 공익이 한 몸으로 공존하는 사회적기업이기에 가능했다. 행정안전부가 강력하게 키워 온 사회연대경제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 정책이 옳았음을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지역의 변화로 증명하려 애써 왔다.

성과 뒤에 과제가 있다. 지난해 1,515억 원을 모았지만, 그 98.4%가 10만 원 이하다. 국민의 선의가 10만 원에서 멈춰 선다.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 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길을 걸어간 일본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일본 고향납세는 지난해 1조 2,727억 엔, 2년 연속 1조 엔을 넘겼다. 우리 제도의 모태인 그 성공의 두 축은 분명했다. 기부할수록 늘어나는 넉넉한 세액공제, 그리고 지자체가 지역 현안을 직접 제안하는 지정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 첫째, 개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10만 원에서 30만 원, 나아가 5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개인 1만 명의 10만 원은 법인 한 곳의 10억 원과 다르다. 지역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 시민, 곧 생활인구를 남긴다. 둘째, 지정기부를 제도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사업의 목표와 집행,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시민은 신뢰하고 다시 참여한다. 이때 공공은 검증과 정산의 든든한 행정 허브를, 민간은 기부자 발굴과 현장 확산을 맡는 역할 분담이 제도를 멀리 가게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시민의 선택으로 지방재정의 새 길을 여는 실험이다. 개인 기부자는 수가 많고 설득도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민주적이다. 지역을 바꾸는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다. 그 까다로운 시민들을 한 사람씩 연결하는 더디고 고된 일을, 우리는 자임해 왔고 앞으로도 자임하려 한다. 누군가는 맡아야 할, 그러나 영리도 공공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다.

지난 3년이 제도의 가능성을 검증한 시간이었다면, 다음 3년은 그 성과가 현장에서 체감되는 시간이길 바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사회연대경제의 든든한 실험장으로 자리 잡기를, 그리고 그 길에 우리가 가장 미더운 동행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2.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3. 대전 위장전입해 아파트청약… 부정청약 분양권 몰수
  4.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5. 유성선병원, 천성교회 성금 1천만원 취약계층 진료에 사용
  1.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폐합 졸속 추진 중단" 촉구
  2. 입영 앞둔 청년, 병역검사로 백혈병 발견… 숨은 질환 찾아
  3. 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 한부모·조손가족 등 무료검진 지원
  4.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5.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헤드라인 뉴스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창설… 당정 공식 결정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창설… 당정 공식 결정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가 대전 자운대에 들어선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전날까지 유력하게 검토되던 자운대 설립안이 당정 협의를 거쳐 공식화된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국군사관학교는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해 4년간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생도들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자율적인 학사 운영을 도입하고, 각 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군별 훈련과 전공교육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했다. 3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번 인상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2%를 넘어서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불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방원기 기자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연간 100만 명이 찾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교육·놀이·공연을 아우르는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사업이 이달 착공한다. 시민이 과학 융합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으로 유사한 성격의 대전컨벤션센터(DC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마중물프라자와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주목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비와 시비 590억 원을 들여 주차장 부지에 '복합과학체험랜드(가칭)'를 조성하는 공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첨단 과학기술을 국민이 쉽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지난해 102만 명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