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3-화합시대] 증오와 분노의 정치, 이젠 '비빔밥' 충청정치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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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3-화합시대] 증오와 분노의 정치, 이젠 '비빔밥' 충청정치로 풀자

사라진 대화와 타협, 남은 건 증오의 정치뿐
다양한 의견과 시각, 담아내는 정치본질 실종
여러 양념과 식재료로 만든 비빔밥 정치 해답

  • 승인 2024-09-01 12:00
  • 신문게재 2024-09-02 2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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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도일보 DB]
비빔밥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밥에 각종 나물과 고명,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한국 고유의 전통 요리, 비빔밥은 우리들의 배를 언제나 든든하게 해줬다. 비빔밥은 정치하고도 닮은 면이 많다. 각종 재료와 양념이 들어감은 물론 기호에 따라 조리법이나 맛이 다른데, 정치 역시 다양한 의견의 차이와 대립을 조정하는 과정이자 그 결과물이다. 때문에 '비빔밥 정치'라는 정치적 용어도 생겼다. 비빔밥처럼 조화와 융합의 가치를 살리라는 뜻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갈수록 상식과 대화, 타협은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증오와 혐오가 채우고 있다. 상대를 무조건 악마화해 제거할 대상으로 찍는 '너 죽고 나 살자'식 정치, 물러서면 죽는 '치킨 게임' 정치가 판치는 중이다. 작금의 정치는 이해관계와 대립을 조정·통합하는 정치의 본질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 극단적 갈등을 이어가며 허구한 날 싸워댄다. 문제는 증오의 정치가 남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 문화는 우리네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3년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사회적 갈등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9명은 진보와 보수를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봤다.

진보와 보수 갈등은 92.3%를 기록해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꼽혔다. 이는 정규직-비정규직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중소기업 갈등(71.8%)보다 높았다. 정치 성향은 연애와 결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인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33%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71.4%는 시민·사회 활동을 같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치권은 한결같다. 공익을 우선하고, 모범을 보이기보단 자신들의 이익만 좇고 있다. 이렇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현재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전세사기 문제 대책이 그렇다. 전국의 전세 사기 피해자가 1만4900여 명에 육박하고, 피해금은 2조2836억 원으로 불어나는 와중에도 국회는 대책 마련보단 싸우는 데 열정이다. 민생법안이라 할 수 있는 육아휴직 확대법, 임금체불 처벌 강화법 등도 처리되지 못하는 중이다.

지역 정치도 매한가지다. 지역발전이란 공공의 목표는 선언적 구호가 된 지 오래다. 정계에서 지역발전에 여야가 없다는 말을 믿는 이들은 없다. 당장 22대 총선 이후 손을 맞잡았던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국회의원들 간의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시장은 시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지방행정 권력의 수장,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해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한 선출직 정치인이다. 이들이 손을 맞잡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당들도 서로를 까내리기 바쁘다. 정치 특성상 정당 간의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다지만, 어느 정도 기준과 선이 있던 예전과는 달리 막무가내식이다. 일단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 도 넘은 막말과 비난, 자기 진영이라면 무차별 엄호와 자화자찬 등 상식, 대화, 타협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정치 행태를 보이는 중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통합의 정치'와 '공공선(公共善)의 정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비빔밥 정치가 필요하다. 비빔밥은 실제 정치 현장에서도 등장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놓고 경쟁하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빔밥 회동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 메뉴에 비빔밥을 올렸다. 화합, 탕평, 협치의 정치적 의미를 비빔밥에 담은 셈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은 앞서 국민의힘 대표 수락 연설에서 '비빔밥론'을 주장했다. "각각의 맛을 유지하는 비빔밥처럼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다"면서다. 이젠 통합의 정치를 복구해야 한다.

마침 충청의 정치도 주목받고 있다. 견제, 균형, 조율로 대표되는 충청정치는 작금의 정치 현실에 필요한 가치이자, 비빔밥 정치와도 맥을 같이한다. 충청은 정국을 가르는 변곡점마다 중심을 잡아 절묘한 균형을 유지했다. 지역의 대표적 정치인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제3지대에 머물며 첨예하게 대립한 여야 관계를 풀어냈고,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합의와 소통을 바탕으로 21대 국회 운영의 균형추 역할을 다했다. 기회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충청 정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대의를 지켜왔다.

언제까지 두고볼 순 없다. 증오와 갈등, 분노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을 끊어내는 데 충청의 역할이 절실하다. 충청 정치가 갖고 있는 특성과 가치를 비빔밥 정치와 연계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독처럼 우리 삶에 퍼진 갈등과 증오를 씻어내야 한다. 물론 대화와 타협하되 원칙과 공공선의 이익을 벗어나는 일은 단호히 배격함이 옳다.

비빔밥 정치는 결국 잡탕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잘 비벼질 수가 없는 비빔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맛도 없고, 따로 먹느니만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즉 지금의 정치 현실에 비빔밥 정치는 맞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니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로는 진정한 사회통합을 실현할 수 없다. 갖은 재료와 양념을 버무려 새로운 맛의 비빔밥을 만들어야 한다. 비빔밥 정치는 모두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자는 통합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제 주문할 차례다. 여러분은 '따로국밥'인가, '비빔밥'인가?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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