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쿠베르탱 남작과 올림픽 정신, 바르디 백작과 오페라 탄생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쿠베르탱 남작과 올림픽 정신, 바르디 백작과 오페라 탄생

오지희 음악평론가

  • 승인 2024-08-26 14:57
  • 신문게재 2024-08-2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 음악평론가
뜨겁던 여름의 올림픽 함성이 마침내 멈춰섰다. 이 극한 폭염에도 대한민국 전사들은 더위에 지친 국민에게 청량한 물줄기 그 자체였다. 21개 종목에 출전한 143명의 선수 한 명 한 명 다 훌륭했지만, 특히 대전시 소속 오상욱, 박상원 선수의 대활약은 대전시민의 어깨를 한껏 치켜세워준 너무나 자랑스럽고 고마운 존재였다. 그들은 잊고 있던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파리 올림픽 대미를 장식한 폐막식은 역시 철학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다운 기획이었다. 올림픽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상상 세계 탐험가, 황금 인간 골든 보이저가 등장한 것 그 자체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관객이 함께 생각하도록 끌고 가는 존재였다. 올림픽 정신을 상징과 퍼포먼스로 표현한 폐막식 행위예술은 차기 LA 올림픽 개최지 홍보로 등장한 할리우드 액션스타 톰 크루즈의 즉각적 액션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양한 상징물을 활용해 참 스포츠 정신을 진지한 개성으로 보여준 파리와 눈으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감각적인 LA 퍼포먼스는 그 나라의 차이만큼이나 두드러졌다.

한 마디로 파리 올림픽 폐막식의 본질은 올림픽은 그리스에 기원을 두고 있고 그 올림픽이 근대적인 올림픽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발전으로 오늘날 올림픽이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스포츠 경기가 됐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솟아오르고, 놀랍게도 피아노와 연주자가 수직으로 올라오며 고대 그리스 아폴론 찬가를 연주했다. 이 음악은 올림픽 복원을 위해 파리 올림픽 의회에서 초연된 뜻깊은 노래였다. 오페라 가수가 반주에 맞춰 찬가를 드높이 부르는 모습은 올림픽 재탄생을 축복하는 생생한 과거의 재현이었다. 이어서 쿠베르탱 남작이 창안한 다섯 대륙의 오륜기가 아크로바틱한 행위예술을 통해 한 발짝 한 발짝 힘겹게 근대 올림픽으로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전 세계인 축제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110명의 탐험가가 고도의 행위예술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고대 그리스 정신이나 사상이 시간이 흘러 다시 등장한 장르가 있을까. 음악을 사용하는 연극인 오페라가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오페라 탄생에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처럼 크게 기여한 인물이 있을까. 여기엔 이탈리아인 예술애호가 바르디 백작이 등장한다.

1570년경 피렌체에는 바르디 백작이 주도하는 모임이 있었다. 일명 피렌체의 카메라타라 불린 이 회합은 바르디 백작 집에서 음악 연주 아카데미를 열어 음악뿐 아니라 문학, 과학을 포함한 주요 예술 사상을 망라해 연구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와 이론가들이 모여 그리스 비극의 실제를 연구했는데 여기에는 과학자 갈릴레오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다.

기원전 5세기경 발생한 그리스 비극에서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불렸을지 궁금했던 16세기 말 학자들은 두 가지 견해를 놓고 고민했다. 하나는 배우가 아닌 일부 코러스만 음악으로 불렸을 거라는 의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사 전체를 모두 노래로 불렀다는 학자 메이의 견해였다. 카메라타 회원이자 추기경 비서였던 메이는 고대 희랍어에 정통하고 고대 그리스 저작물에 정통했다. 메이는 특히 그리스 비극에서 음악의 역할을 철저히 연구했다. 결국 그리스 비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불렀다는 메이의 견해가 채택됨으로써, 마침내 1600년경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음악으로 노래하는 오페라가 탄생했다.

쿠베르탱 남작이 발견하고 주도한 고대 올림픽 정신은 근대 올림픽으로 꽃피웠고, 바르디 백작이 주도하고 연구한 고대 그리스 비극은 오페라로 재현됐다. 파리 올림픽 폐막식은 바로 그 정신을 잊지 말자고 온몸으로 펼친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이들의 선각자적 안목과 결단으로 스포츠와 예술이 끊임없이 놀라운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현실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