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내분비교란물질, 한의학으로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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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내분비교란물질, 한의학으로 다스리다

박건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9-12 17:21
  • 신문게재 2024-09-1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박건혁 한의학연 박사
박건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현대사회에서 화학물질은 인류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매년 개발, 사용되고 있다.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화학물질 매출액은 5714조 원에 달해 2011년에 비해 48% 증가했다. 특히,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유럽, 미국, 일본, 한국 순이다. 한국은 인구 1인당 화학물질 매출액이 대만 다음으로 높으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화학물질 사용량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의 화학물질은 그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되고 있다. 특히 내분비계의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는 내분비교란물질이 포함된 화학물질은 생체 내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내분비교란물질로는 페놀, 프탈레이트, 파라벤 등이 있다. 이러한 물질은 살충제, 아동용 제품, 전자제품, 의료용 튜브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에 포함돼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다.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은 내분비계의 항상성을 교란해 생식, 발달, 대사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러한 교란물질은 비만, 당뇨병, 갑상선 기능 이상, 성호르몬 이상 등 내분비계 질환과 관련이 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모니터링 결과 소변과 혈액 내 내분비교란물질의 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은 내분비 대사질환의 발생 위험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분비교란물질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학계와 정부는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예로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비스페놀 A의 일일 허용량을 대폭 낮춘 사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17종의 내분비교란물질을 중점관리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유럽의 112종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내분비교란물질은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의학의 배독요법은 내분비교란물질의 영향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유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방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배독요법을 오래전부터 활용해 왔다. 배독요법은 인체의 자연적인 회복 능력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중독을 풀어내고 신체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배독요법은 주로 인체 내 독소를 땀이나 소변 등을 통해 배출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이나 목욕 등을 통해 정체된 기혈의 순환을 촉진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도 배독요법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약과 침구치료 등을 함께 활용하면 체내의 해로운 물질을 배출시키는 과정에 탁월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배독요법은 내분비교란물질이 유발할 수 있는 대사장애나 내분비계 질환을 예방하고, 인체의 자가 치유 능력을 높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한의학계에서는 내분비교란물질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체내에 축적된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인체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한 배독요법(운동요법, 한약 및 디톡스 등)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한의학적 접근은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내분비교란물질의 위협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더불어, 배독요법과 같은 한방치료를 병행한다면 우리 모두의 소중한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건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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