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6. 우리는 앞으로 '테크노 봉건주의' 사회에서 살게될 것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86. 우리는 앞으로 '테크노 봉건주의' 사회에서 살게될 것인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9-1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우리는 너무도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식은 챗지피티(Chat GPT)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고, 자신이 우리말로 쓴 글이 실시간으로 영문으로 번역되어 외국인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가서도 언어 장벽을 해소할 수 있고, 구글 맵을 통해 구석에 있는 맛집이나 관광지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알리바바 등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손쉬운 온라인 쇼핑과 빠른 배송을 해주고 있고, 구글은 신속한 정보 검색과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은 사회적 연결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통해 SNS를 용이하게 해줍니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쇼핑과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편리성을 제공받고 있는데, 그러나 이에 따른 부담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읽고, 구입하는지, 누구를 어디서 만나는지를 우리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정체성의 일면을 훔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재무장관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아리스 바로파키스는 "빅테크는 그들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봉건제의 영지를 꾸리고,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를 자발적 데이터 농노로 만들어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의 영주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일련의 변동을 바로파키스는 '테크노퓨달리즘'이라는 저서를 통해 세상에 밝히고 있습니다. 테크노퓨달리즘은 테크(Tech)와 봉건제도(Fudalism)를 합친 조어인데, 이 책은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를 죽이고 개인을 무임금으로 노동하는 데이터 노예로 전락 시켜버린 빅테크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현대의 IT기술은 클라우드와 알고리즘을 통해 모든 사람을 농노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충격적이고 우리를 우울하게까지 만듭니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성과라고 생각했던 클라우드 자본은 일종의 변종 자본으로 마치 너무나 힘센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여 함께 멸망하듯이 그 자본이 자본주의를 죽여 훨씬 더 나쁜 테크노퓨달리즘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는 이미 죽었으며, 현시대를 민주주의나 강력한 조직 노동 등이 무력화된 시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주희, 최배근 교수들의 '테크노퓨달리즘' 감수.추천글 참조)



테크노퓨달리즘 아래에선 우리는 자신의 정신조차 소유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클라우드 자본을 공유해야 한다든지, 민영화와 사모 펀드가 자산 벗겨먹기로 우리의 부를 집어삼킨다는 주장은 치밀한 이론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구심이 남습니다. 특히 전 세계 클라우드 농도 클라우드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을 호소한다는 주장은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테크노퓨달리즘은 전통적인 봉건 사회와 유사하게 권력과 자원이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고 이들 권력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응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정보 접근과 기술 활용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는 빅테크 기업이 시장의 규칙을 지배하고 일반 대중의 경제적 기회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기술 기업들이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직접적으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주적 절차와 거버넌스를 약화시키고 기술 엘리트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편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와 우려를 떨치기 어렵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금강환경청, 논산 임화일반산단 조성 환경영향평가 '반려'
  3. 한남대, 대전 소제동서 로컬 스타트업 Meet-up Day 개최
  4. 둔산경찰서, 기초질서 확립 교통안전 캠페인 실시
  5. 대전성모병원 홍유아 교수, 최적화된 신장질환 치료 전략 제시
  1. 대전경찰, 보이스피싱에 속은 20대 9000만 원 송금 막아
  2.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3. PBS 폐지 넘어 과제 산적… 기관장 선임 절차 개선 목소리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