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원본 훼손 결국 증거능력 상실… JMS 정명석 사건 재판부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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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원본 훼손 결국 증거능력 상실… JMS 정명석 사건 재판부 '일침'

피해자 메이플 현장 녹취파일 수사 중 손상돼
피고측 녹음사본 증거 부정해 법원 등사 허용
감형 큰 요인이면서 또다른 피해자 위축 우려

  • 승인 2024-10-03 19:14
  • 수정 2024-10-04 06:00
  • 신문게재 2024-10-04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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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교주이면서 구원자로 행세한 피고인의 신자 성폭력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확보한 녹음파일이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훼손돼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원본이 훼손되면서 복사본뿐인 파일은 조작될 수 있다며 피고인 측이 피해자를 오히려 압박하는 빌미가 됐다. 경찰과 검찰의 피해자 조사 및 증거물 관리 부실을 법원 재판부가 지적했다. <본보 2023년 4월 18일자 10면 등 보도>

3일 지역 법조계는 10월 2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가 기독교선교복음회(JMS) 정명석 총재 항소심 선고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녹음파일 복사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대전고법 제3형사부는 검찰이 정명석 총재에게 적용한 준강간과 강제추행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형량은 징역 23년형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해 감형했다. 원심에서 증거로 채택한 피해자의 피해현장 녹음파일 복사본을 원심에서 증거로 채택했으나 항소심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다시 판단하면서 감형에 큰 요인이 됐다.

녹음파일은 홍콩 국적의 여성 피해자인 A씨가 과거 기독교선교복음회 신자일 때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서 정명석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현장을 녹취해 수사 과정에 제출한 것을 말한다. 휴대폰에 녹음된 파일은 가상의 저장공간인 클라우드에 보관됐고, 관련 사건의 2023년 4월 3일 6차 공판을 앞두고 조작 실수로 녹취 파일이 삭제됐다. 또 검찰은 녹음파일을 담은 한 장의 CD를 증거 순번 43번으로 법원에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훼손돼 재생되지 않았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거쳐 복원했다고 밝혔지만, 녹음이 이뤄진 최초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하고 클라우드 저장 원본까지 삭제되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에 제출된 복사본에 원본과 동일성과 무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의 중요 증거가 훼손되면서 피고인 측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려 하는 등 추가 피해가 초래됐다는 점이다. 또 피고인 측이 복사본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이 원심에서 양형을 가중하는 불리한 요인이 되었으나, 항소심에서 판단이 바뀌면서 오히려 감형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원본 없는 복사본의 증명을 이유로 피해자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이 피고인 측에 등사되도록 허용된 드문 사례가 되면서 다른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 김병식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서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졌으나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고 수사단계에서 녹음파일 원본을 확보하거나 복제 경위를 상세히 드러내지 않아 피고 방어권 차원에서 파일의 등사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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