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가장 과학적인 문자, 한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가장 과학적인 문자, 한글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 승인 2024-10-10 17:08
  • 신문게재 2024-10-1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김재홍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올해로 한글날은 578돌을 맞는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제 뜻을 글로 써 펴지 못하는 불쌍한 백성을 위해' 세종대왕 주도로 만들어진 스물여덟 자 '한글'은 오직 하나의 큰 글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오늘날 한글은 케이-팝과 함께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케이-팝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을 일으켜 한국어는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배우는 언어라고 한다. 한국어 확산으로 우리 문화도 세계 7위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과학적인 글자다.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고, 모음은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이 담겨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는 선언으로 천문 원리를 드러냈다. 우주 천문의 이치를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여 조잘대는 아이들의 말소리부터 스쳐가는 바람 소리까지 표기가 가능한 한글은 추상적인 우주관을 글꼴에 표현해 문자가 우주를 이루는 원리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결합돼 질서 정연한 음절표를 갖는다. 한글은 최소 기호(자음, 모음)의 조합으로 단어를 만들고, 단어들을 결합하여 문장으로 확장하여 우리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고, 더 나아가 우주의 소리도 담을 수 있다. 한글 문자의 최소 원리는 마치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가 모여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한글 문자의 최소 원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빠른 속도의 키보드 입력방식에 적합하여, 업무처리를 신속하면서도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된다. 자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소들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한 눈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한 주기율표는 한글을 구성하는 음절표와 유사하다. 우주의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는 아직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1913년부터 양성자 수로 원소를 배열하고 주기율표에 채웠다. 1917년 프로트악티늄(91번), 1923년 하프늄(72번), 1925년 레늄(75번), 1937년 테크네튬(43번), 1939년 프랑슘(87번), 1940년 아스타틴(85번), 1945년 프로메튬(61번)의 일곱 원소가 발견되어 94개로 이루어진 주기율표가 완성되었다. 그 후로 화학자들은 새로운 원소를 찾고 이름을 부여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됐고 가속기 개발이 필요했다. 아시아 최초로 2015년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113번 원소를 '니호늄'으로 공식 인정하여 현재는 총 118개의 원소로 주기율표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확장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도 세계 7번째로 구축된 라온 가속기에서 중이온을 가속할 수 있게 되어 '코리아늄' 발견이 기대된다고 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의 아름다움-식물, 별, 동물, 바위, 공기, 물 등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것들, 원소로부터 시작한 질서 정연함을 들여다보면, 창조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그 대상을 가리키는 언어가 있고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한글이 있어서 우리는 더 경이롭게 느낄 것이다. 언어와 문자가 없다면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확장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말과 한글이 지닌 위대함과 편리함을 모른 체하고 있지는 않는가? 말하고 듣고 쓰는 언어생활을 윤택하게 해줌은 물론이요, 생각하고 사유하며 삶을 배워가는 데 더없이 필요한 우리말 '한글'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말과 한글을 깊이 들여다보고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감사하자.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