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청년들이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려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청년들이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려면

경제부 심효준 기자

  • 승인 2024-10-30 15:50
  • 신문게재 2024-10-30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중도일보 심효준 증명사진
심효준 기자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얼마 전 졸업생 신분으로 대학교 취업선배 멘토로 나선 내가 취업박람회 성격의 행사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공모전 및 경진대회 공략법 등 여러 기술들을 준비한 내가 바보였다. 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방법론 같은 게 아니었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오고 나서도 배울 수 없었던 꿈, 대전에서 뻗어 나갈 수 있는 진로와 가능성, 그리고 현실. 바로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던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대전 기업들의 해묵은 고민이다. 청년 인구 비율이 전국 2위에 달할 정도로 최상위권(지난해 기준 26.8%)인 게 대전인데, 인력을 확보하기 너무 어렵다고 지역의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물론 여기엔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전제조건이 달린다. 바로 낮은 임금으로 일할 우수한 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대전의 상장기업은 61곳에 달한다. 올해만 일곱 곳이 상장하면서, 대전은 이제 6대 광역시 중에서 인천(94)과 부산(82) 다음으로 상장기업이 많다. 시가총액은 57조 원으로 인천에 이은 두 번째다.



그런데도 대전의 임금은 여전히 전국 중하위권에 머무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임금 총액은 대전이 372만 1000원으로 17개 시·도 중 11위다. 물론 크고 작은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겉으로만 휘황찬란할 뿐 실속은 전혀 없다는 핀잔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나를 찾아온 후배들 중 유난히 눈빛이 반짝이던 한 학생이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에 문득 그 나이였던 나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지만,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오만함이 그 친구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패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기어코 적을 만들었던 나와 달리 분명 누구나 탐낼 만한 원석 같은 인재였다.

안타깝게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그 후배에게 추천해줄 만한 기업이 대전에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전 상장기업이 61곳이나 된다고 하지만, 야망이 가득한 그가 현실을 들으면 실망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도권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연봉과 대우 수준을 대략 알고 있는 탓도 크다.

나는 열정이 가득한 청년들이 대전에 남길 바란다. 꿈과 성장을 위해 떠나야 하는 도시가 아닌, 그 모든 게 실현 가능한 도시가 서울이 아닌 이곳이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원석 같은 청년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친구들은 결국엔 이곳에서 세상을 바꿔줄 것이다. 어쩌면 균형발전의 실마리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심효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1기 신도시 재건축 '판 깔렸지만'…못 웃는 지방 노후계획도시
  2. 밀알복지관 가족힐링캠프 '함께라서 행보캠'
  3.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4. 축산업의 미래, 가축분뇨 문제 해결에 달렸다
  5. 교정시설에서 동료 수형자 폭행 '실형'…기절시켜 깨우는 행위 반복
  1. 대전행복나눔무지개푸드마켓 1호점 공식 카카오톡 채널 개설
  2. 농산 부산물, 부가가치 창출...환경과 경제 살리는 동력
  3. 어촌서 재충전, '쉬어(漁)가요'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4. 챗봇 '해수호봇', 해양안전 디지털 혁신 이끈다
  5. 정부 부동산 대책 지방 위한 추가대안 마련 시급

헤드라인 뉴스


정청래 국회연설 "내란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정청래 국회연설 "내란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일 “남북이 다시 손잡는 핵심은 경제협력이고, 우리는 경제통일에 민생통일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통일부가 2026년 남북협력기금으로 1조 25억원을 편성했다. 주목할 것은 경제협력사업 예산으로, 606억원에서 1789억원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를 위해 필요한 도로와 폐수 시설 같은 복구와 구축 사업 예산”이라며 “남북이 힘을 합치면 경제 규모도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동..

국내 증시 조정에도…충청권 상장사는 `선방`
국내 증시 조정에도…충청권 상장사는 '선방'

새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국내 증시가 최근 조정 국면을 맞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의 침체 분위기 속 8월 한 달 간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 합계는 전월 대비 0.3%(4074억 원) 증가한 152조 3402억 원에 도달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8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52조 3402억 원으로 전월(151조 9328억 원) 대비 0.3% 증가했다. 8월 한 달 동안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시총은 근..

대전 공기업 임원 교체 `바람` 불까…대전관광공사 임원 교체 가닥
대전 공기업 임원 교체 '바람' 불까…대전관광공사 임원 교체 가닥

민선 8기 대전시 출범 이후 임명된 시 산하 공기업 임원이 속속 임기를 마치면서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장우 시장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물갈이를 통한 조직 변화를 꾀할지, 연장으로 막바지 조직 안정화를 선택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 출자·출연 기관장은 시장과 임기를 같이 하기로 조례로 정했지만, 시 산하 공기업은 지방공기업법을 적용받아 이와 무관하다. 이에 민선 8기 출범 이후 임명된 시 산하 공기업 임원들의 3년 임기가 순차적으로 끝나고 있다. 대전관광공사는 임원 교체 분위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