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퇴근길에 퓨마를 만날 가능성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퇴근길에 퓨마를 만날 가능성은?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24-10-31 16:53
  • 신문게재 2024-11-0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IT_윤석주 부소장님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
2018년 9월 어느 날. 퇴근 무렵에 휴대전화의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일제히 울렸다. 긴급재난문자의 내용은 '금일 17:10분경 대전 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 탈출, 보문산 일원 주민 외출 자제 및 퇴근길 주의 바랍니다'였다. 문자를 받은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퇴근길에 퓨마 주의라니! 이 비현실적인 소식에 주변 동료들도 혹시 장난 문자가 아닌지, 잘못된 내용이 전달된 것인지 당혹해하고 있었다. 잠시 후 뉴스에서도 퓨마 탈출 소식을 전하며 실제 상황임을 알게 됐다.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는 인근 숲속을 헤매다 그날 밤에 안타깝게도 사살당하며 소동이 마무리됐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필자가 마주칠 수 있는 야생동물은 수달, 고라니, 청설모, 다람쥐, 뱀 정도일 텐데, 퇴근길에 퓨마를 조심하라는 알람은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대전에 살면서 퇴근길에 퓨마를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상황을 독성물질로 연결해서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물질의 독성을 이야기할 때 유해성과 위해성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유해성(Hazard)이란 물질, 상황, 또는 행동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나 해를 끼칠 수 있는 본질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독성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신규로 합성된 물질이나 이미 생산돼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 갖고 있는 성질에 대해 안전한가 위험한가를 평가하는 것이 독성학적 평가라고 한다.

위해성(risk)이란 용어를 살펴보자. 유해성과 위해성은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잘못 적용하기가 쉽다. 위해성은 특정 유해요인에 노출돼 실제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결합한 개념이다. 유해성과 위해성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예를 드는 것이 처음에 언급한 퓨마와 같은 맹수류와 사람과의 관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맹수류는 인간에게 위협적이고 위험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맹수류가 실제로 우리에게 위험을 초래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부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서 무방비 상태로 맹수에 노출될 상황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맹수의 유해도는 높으나 위해도는 낮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맹수류가 많이 살고 있는 나라의 야생지역을 여행한다고 가정하면, 이 상황의 맹수류의 유해도와 위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유해성과 위해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0여년 전에 서울시에서 낙지의 머리 부분에 중금속이 다량 축적돼 있으니 먹지 않는 게 좋다는 발표를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어민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게 되며, 항의 시위를 했고 결국 서울시장이 관련 사항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식재료 속에 유해도 높은 물질이 포함돼 유통된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일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식품의 위해도 역시 노출량과 노출 시간이 종합적으로 고려가 돼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인체나 환경에 대한 영향력을 판단해야 한다. 낙지의 머리에 중금속이 축적돼 있는 것은 잠재적 위험도가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리 식탁에서 매일 볼 수 있는 밥이나 채소만큼 낙지를 자주 먹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낙지의 상대적 위해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농도로 지속적인 노출되는 상황이 필요한데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모델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평가모델이 장기간 노출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인체나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개별마다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으로 위해도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계산식에 의한 예측치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반영하기가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란 각 개인의 질병 보유, 흡연 및 음주 여부, 영유아 및 노년층의 생리학적 반응, 영양 상태, 유전적 차이 등이 포함된다.

독성연구는 지금까지 유해성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궁극적으로는 위해성 평가의 정확도 여부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뉴스에서 위험한 물질이 유통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막연히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숨을 고르자. 그리고 내가 그 물질에 얼마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안전한 생활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5.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1.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2.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3.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4.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5.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