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홀대받던 도토리, 파인다이닝 메인 요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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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홀대받던 도토리, 파인다이닝 메인 요리로 변신

도토리, 구황식과 별식으로 이용해 온 역사 길어
열량 적어 건강식으로 좋으나, 타닌 성분 많아 변비 환자는 삼가야

  • 승인 2024-11-05 17:37
  • 신문게재 2024-11-06 10면
  • 박종구 기자박종구 기자
11-7_박진희
지금 세간에 핫한 이슈 중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아닐까? 방영이 끝난 지 꽤 시일이 흘렀는데도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화제 속에 방영된 '흑백요리사'는 20명의 유명 셰프가 모인 백수저팀과 재야의 요리 고수 80명이 흑수저팀으로 나뉘어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공개 첫 주 만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TV부분 1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중식 조리법인 '빠스(拔絲)',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디저트 소스 '사바용(sabayon)',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 요리인 '클램차우더(clam chowder) 등은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도토리국수와 트러플'도 빼놓을 수 없다.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나온 우리나라 유일의 3스타 셰프가 톱8 우승자들에게 대접한 고급요리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밥에 도토리'가 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개조차도 먹지 않는 도토리에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처지를 빗댄 말이다. 정도나 수준이 고만고만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을 때 쓰는 '도토리 키재기'라는 속담도 있다. 딱히 주인이 없는 물건은 누구든 먼저 차지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는 의미로는 '가을에 떨어지는 도토리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라는 속담을 쓰기도 한다.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존재에 비견되던 도토리, 그 가치를 알아본 이들의 손끝에서 일류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

떡갈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곡실(槲實)이라고 불러왔다.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특수 성분으로 타닌이 들어 있다. 이 타닌은 떫은맛을 주는데, 미각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 맛이 지나치면 쓴맛이 뒤따라 불쾌하나 적절한 함량일 경우 맛에 악센트 역할을 한다. 깍지를 벗기고 빻은 도토리를 물에 여러 번 우려내면 타닌은 제거된다. 가을이면 우리네 엄니들이 수돗가 한쪽에 도토리 넣은 시루를 놓고 틈틈이 물을 준 것은 이 타닌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추운 지방에서 나는 도토리에는 이 타닌이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물에 우려 떫은맛을 없애고 얻은 도토리 전분은 별식인 수제비나 도토리묵으로 상에 오른다.

날이 선선해지면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행복하다. 고운 옷 갈아입은 가을산에 오르는 즐거움은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행의 방점은 누가 뭐래도 하산길에 빈대떡 한 장 놓고 기울이는 걸쭉한 막걸리 한 잔일 테다. 특히 가을 산행에서는 이 계절에 더욱 맛있는 도토리전을 만나게 된다. 열량이 적어 양껏 먹어도 좋다니, 11월 달력을 보며 도토리전 먹기 좋은 날을 점찍어 본다.

박진희 명예기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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