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4-11-05 10:35
  • 신문게재 2024-11-0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매년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스웨덴 노벨위원회가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을 거쳐서 경제학상을 발표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노벨상을 둘러싼 다양한 기사가 나온다. 국가의 위상과 노벨상 수상의 상관성(특히 과학 분야)을 보여주는 국가별 수상 횟수, 이웃 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 횟수, 우리나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이후로 두 번째 수상이 예측되는 (주로) 과학자 등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올해는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들로 노벨상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낼 상황이 아니었던 듯싶다. 갑작스러운(?) 우리나라 시인,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에 뭔지 모를 뿌듯함으로 지인들과 축배를 들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에 찬반이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부 인사들의 SNS나,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의 비판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1930년대 즈음 예전 나치독일이나 소련 같은 국가가 노벨상 수상을 금지한 적이 있었고, 개인적 사유로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1964년 문학상)나 베트남의 종전에는 기여했으나,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 하여 거부한 레둑토(黎德壽, 1973년 평화상)도 있었다. 하지만 백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일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문학을 박해하는 것은 비상식(!)일 것이다. 다만,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이었기도 하고,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에 대한 (대학전공 같은) 사회적 의식이 우려스럽기는 하다. 전 국민의 독서 지수도 문제지만, 한강의 노벨상 상금(그 외 수상한 상의 상금, 인세 등)을 포함, 올해 수입에 대한 기사의 높은 조회수는 생각해 볼 문제로 보인다.

기초 과학의 역량을 드러낸다는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의 수상은 그것이 국가의 기술경쟁력의 지표이고, 국가 경제력과 직결된다 하여,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먹사니즘?)을 우선정책으로 하는 정치가에서는 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또 우리도 역시 (과학 분야가 아닐지라도) 노벨상 수상자의 수입이 궁금한 것은 아닐까? 부모들은 자녀들이 혹시 인문학을 전공하면 밥 굶는다고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먹사니즘은 먹고, 살고, 메커니즘의 합성어라는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돈 벌기 용이한 전공으로, 가능하면 의대로, 지방보다는 수도권으로,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고, 자녀들도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 재수라도 불사하고, 의대 증원을 놓고 휴학하고, 미복귀하는 의료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정치의 몫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화 국민답게 현명하게 조율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강 작가는 어느 작품의 후기에서 "아파서 썼고, 쓰는 동안도 아팠다"(필자의 기억이다)라고도, 인터뷰에서는 "아무리 고단해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든다"라고도 했는데, 이는 작가 스타일도 드러내지만, 모든 작가들이 겪는 창작의 고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온전히 한사람에게만 수상되는 문학상과는 달리 노벨상의 과학 분야는 3명까지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 분야의 특성상, 연구를 위해 네트워킹, 교류 해야 하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문예 창작의 고통과 견줄 수 있을지는 독자들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과학 분야에서도 고단함을 무릅쓰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 가설이 수없이 많은 검증과 실험, 공동연구자와의 소통을 통해서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인적, 물적 자원이 소요 규모, 관찰대상이 어떤 성격의 문명(정신적, 물질적)인가의 차이일 뿐일 수도 있을 거 같다.



필자가 우연히 들었던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시라카와 교수의 수상기념 강연을 소개한다. 당시는 스웨덴에서 직접 연락을 취하지 않고 발표만 했던 모양이다. 정년퇴직한 시라카와 교수는 한가로이(?) 마당에서 화초를 손보다가 몰려온 기자들에게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인 연구자가 했던 실수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미국에서의 박사후 과정과 이후에도 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고 어느 날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단다. 기념 강연에서 하고 싶은 일에 꾸준히 매진할 수 있게 해준 분위기나, 정년을 지난 연구자로서의 자신을 담담하게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문화의식을 가진 국민으로서 이제는 하고자 하는 일이 먹사니즘과의 균형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3.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4.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5.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1.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4. 한국영상대 학생들, 웹툰·웹소설 마케팅 현장에 뛰어들다
  5.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헤드라인 뉴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상가 정상 운영을 위한 대전시민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대전시에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경쟁 입찰 당시 상인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을까 기존보다 많게는 300% 인상된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는데, 높은 조회수를 통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도록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와 대전참여연대는 2일 대전시청 북문에서 '지속 가능한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을 위한 시민참여 공청회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에서 입찰을 강행한 결과 여..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해수부 전체 직원의 86%, 20대 이하 직원 31명 중 30명이 반대하고, 이전 강행 시 48%가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7월 2일부터 예고한 '해수부 이전 철회'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정문 앞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해수부 이전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정부부처 공무원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발걸음이다. 그가 해수부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은 '지역 이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