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충청권 지역통합 논의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충청권 지역통합 논의에 대한 단상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4-12-03 13:53
  • 신문게재 2024-12-0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지난달 21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그리고 양 지자체 의회 의장이 한데 모여 대전시와 충남도의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국가의 사무·재정 이양, 행정구역통합 민관협의체 구성 및 통합법률안 마련, 시·도민 의견 수렴 및 공감대 형성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그동안 논의되어 온 대전-세종-충남-충북 전 지역을 아우르는 '충청권 대통합' 대신에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대전시-충남도만의 행정통합인 이른바 '대전충남 소통합'을 2026년 지방선거 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지난 10월 14일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권 메가시티의 구축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오는 18일 출범할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기형화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충청광역연합은 다양한 지역통합 형태 중에서 1인 수장(首長)체제로 운영되는 행정통합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4개 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시·도간 경계를 넘어서서 초광역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과도기적 통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치기구는 세종시에 사무실을 두고, 각 시·도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사무처 41명, 의회 19명 등 전체 60명으로 구성되어 충청권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공동사무를 맡아 처리하게 된다.

대체로 충청광역연합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주창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협력 추진 모델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정부는 충청광역연합의 출범을 계기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통합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부산시-울산시-경남도와 광주시-전남도에 대해 충청권의 이러한 광역연합 모델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국정 업적이 없는 처지에서 지방시대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는 귀할 것이다. 그런데 대전·충남 소통합 추진은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지방정책 성과를 폄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지역통합은 지역 분리와 상반된 개념이다. 대전시는 1989년 충남도로부터 분리되어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 참고로 대구시(1981), 인천시(1981), 광주시(1986), 울산시(1996) 등은 관할 도(道)로부터 분리되어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 이 같은 지역 분리는 서울시와 부산시만이 유일한 광역자치도시인 까닭에 다른 대도시들의 소외감을 해소하려는 정치 행정적 요인에서 이뤄진 측면이 짙다. 반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통합은 정치 행정적 요인보다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광역적 행정수요의 증가와 광역생활경제권의 이점 증대로 지역통합이 시대적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메가시티 구축이나 슈퍼 지역통합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은 충청권 대통합을 추동하기 위한 단지 선행과정일 뿐이라는 대전시와 충남도의 설명이 지역민들에게는 기대 반 우려 반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같은 선언은 올 초 "거침없이 비상하는 대전"이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장우 대전시장과 취임 초부터 "힘센 충남"을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무리한 추진력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정치적 승부수일 수도 있다. 이왕에 던진 주사위이기에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노파심을 담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 충청권의 지역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과 충청 광역연합 운영이라는 '투 트랙'을 시종일관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국회에서 입법화되어야 결실을 맺기 때문에 통합추진협의체에 지역 내 여·야 국회의원의 대표자와 국회 교섭단체 등록정당의 대전시당 및 충남도당 위원장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충청권 대통합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현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중 한 사람은 재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약조를 밝힐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성(至誠)이면 감민(感民)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항상 경청하고 정성을 다하길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공항 인근 도심 상공 전투기 곡예비행... 안전불감증 도마
  2. 옛 파출소·지구대 빈건물 수년씩… 대전 한복판 중부경찰서도 방치되나
  3. <속보>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4. AI 시대 모두가 행복한 대전교육 위해선? 맹수석 교수 이끄는 미래교육혁신포럼 성료
  5. [기고] 전화로 모텔 투숙을 강요하면 100% 보이스피싱!
  1. 충남도 "해양생태공원·수소도시로 태안 발전 견인"
  2.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논산여자상업고 글로벌 인재 육성 비결… '학과 특성화·맞춤형 실무교육'
  3. 충남교육청 "장애학생 취업 지원 강화"… 취업지원관 대상 연수
  4.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조직위, 준비상황보고회 개최
  5. "도민 안전·AI 경쟁력 높인다"… 충남도, 조직개편 추진

헤드라인 뉴스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대전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납세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세무서가 3곳에 불과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2024년도 주요 세목별 신고인원은 2019년 대비 부가가치세 17.9%, 종합소득세 51.9%, 법인세는 33.9% 증가했다. 또 대전의 2023년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54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성장해 전국 17대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납세 인원 역시 2019..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최근 3년간 대학 내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년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연구실 사고로 총 607명의 부상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대학 내 실험실 사고로 지급된 공제급여는 총 8억 5285만 원에 달한다. 특히 4월에 매년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3년 4월에 33명, 2024년 4월에 32명, 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