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내음] "소외계층 위해 싸인볼 기부해요"…봉사하는 대전 청년 김다혜 씨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사람내음] "소외계층 위해 싸인볼 기부해요"…봉사하는 대전 청년 김다혜 씨

8년간 싸인볼 600개 기부…시민들에게 불우이웃 돕기 당부도
그간 200여곳서 봉사활동…누적 봉사시간 2만 3000시간 달해
"몸이 아프고 여유가 없어도 봉사 할 수 있어" 자원봉사 전도사

  • 승인 2024-12-17 17:30
  • 신문게재 2024-12-18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봉사활동
대전 청년 김다혜(35)씨는 15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소외계층을 위해 야구 선수 싸인볼을 기부하고, 무료급식소에서 봉사 중인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다혜 씨 제공)
'대한민국은 위대하다'라는 말은, 위정자를 위한 표현이 아니다. 국민이 낮은 곳에서 맡은 소임을 꿋꿋이 실천하고 뿌리를 깊게 내려 풍파를 매번 이겨냈기에 터져 나오는 감탄사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에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는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네 차례 연재해 나누는 삶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대전에 사는 김다혜(35)씨는 매년 특별한 기부를 한다. 바로 프로야구 선수 싸인 볼이다. 2015년부터 8년간 한화이글스 등 10개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에게 받은 600개의 싸인 볼을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해왔다. 프로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구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준비한 야구공에 싸인을 요청한다. 싸인 볼을 갖고 싶어 하는 불우이웃이나 봉사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다.

싸인볼 기증
김다혜 씨가 소외계층에게 기증하기 위해 포장한 싸인볼 모습. 김 씨는 구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싸인볼을 나눠주며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사진=김다혜 씨 제공)
그에게 싸인 볼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야구공 하나의 가격은 4000원. 김 씨가 생각했을 때 거리 노숙자에게 간단한 끼니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과 맞먹는다. 김 씨는 "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싸인 볼을 드리는 대신 길에서 폐지나 고물을 모으시는 분, 거리 노숙인이 보이면 김밥 한 줄이나 음료를 사드리라고 부탁을 드린다"며 "학생들에게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지역에서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왔다. 그간 아동, 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관, 자원봉사센터, 민간 봉사단 등 200여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누적 봉사시간만 따져도 2만 3000시간에 달한다. 현재도 매주 대전역 인근의 '벧엘의 집' 무료급식소와 목척교 일대에서 운영 중인 '희망 나눔 사랑의 밥차', 대전지역 자원봉사단체 '곰두리'에서 활동 중이다. 대전 지역 청년 중에서, 동구민 중에서도 가장 많이 봉사활동을 해 최근 대전시에서 수여하는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봉사 활동
지난 12월 11일 벧엘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 중인 김다혜 씨의 모습.(사진=벧엘의 집 제공)
김 씨가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게 된 데에는 그를 사랑으로 품어준 수양 가족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고아원에서 나와 생활비가 없어 6개월간 노숙 생활을 했다. 어릴 적 사고를 당해 뇌전증마저 앓아 몸도 성치 않은 그에게 주변 지인이 손을 내밀었고 이제는 한 가족이 됐다.

"감사한 마음에 수양 아버지에게 먼저 봉사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사람한테 봉사하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때부터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대전역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게 된 건, 제가 노숙 생활할 때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얻어먹었던 기억 때문이에요. 그 당시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김다혜 김장 봉사
김다혜 씨는 그간 200여곳의 기관 , 단체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사진은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 봉사에 나선 모습이다. (사진=김다혜 씨 제공)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동구 산내사회복지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는 벧엘의 집과 장애인복지시설에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려 한다. 대전역 인근 거리 노숙인들에게 옷이나 양말을 나눠주거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음식도 제공한다.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과 청년들을 돕는데도 나서고 있다. 그의 노력에 한 청소년은 김 씨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곳에 봉사를 하러 다니면,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제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껴요. 남에게 베풀다 보면 베푼 것보다도 저에게 오는 게 많고요."

목표는 자신이 깨달은 가치를 많은 이에게 알리는 것이다. 자원봉사 전도사로서 언젠가 책을 출판하고, 인생에 대한 강연을 해보고 싶은 게 그의 오랜 꿈이다. 김 씨는 "흔히들 자원 봉사는 돈 많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아프고 능력이 좋지 않아도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어려운 시국일수록, 더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봉사상
봉사활동 2만 3000시간을 한 김다혜 씨는 이달 중순 대전시에서 수여하는 봉사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일 김 씨가 봉사상 표창패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 2026년 스마트팜서 상용화 기대
  2. 예산 관광의 새 마루지… 예당호 착한농촌체험세상 개장
  3. [현장] 유학생에겐 외로운 명절 연휴… 전통문화로 정 나누는 대학가
  4. 충청지방우정청, 추석 앞 아동복지시설에 '추석빔' 전달
  5. 한화이글스 2025 포스트 시즌 경기 날짜는?
  1. [추석특집] 긴 한가위 연휴 '고향 사랑' 지역명소 여행은 어때요?
  2. 볼거리·체험거리 풍성… 긴 추석연휴 충남 방문 어때?
  3. [국군의날] #아내는 TOD 남편은 육군경비정…충남서해 수호 부부군인의 '하모니'
  4. 야구의 메카 세종 향해 도약… 제9회 세종시장기 생활체육 야구대회
  5. 천안 각원사, 추석 명절 맞아 홀몸노인 172가정에 정성 담은 도시락 전달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로 여느 때보다 길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연휴 중 국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해외로 떠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기억에 남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민 9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40.9%가 추석 연휴 여행을 계획했다. 이중 국내 여행은 89.5%, 해외여행은 10.5%다.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뿐 아니라 하늘길도 붐빌 전망이다. 유독..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대전 유성구 진잠도서관 디지털배움터. 낯선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한 수강생의 말에는 디지털 사회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지털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교육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국정자원관리원과 배터리 이전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체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자들 진술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류와 데이터 등을 확보해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실시한 이들의 고용과 하청 계약서를 확보해 정당한 업무가 이뤄졌던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배터리를 옮..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 열려라 취업문 열려라 취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