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부실 공사는 인간의 역사와 나란히 걷는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부실 공사는 인간의 역사와 나란히 걷는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 승인 2025-01-08 15:42
  • 신문게재 2025-01-09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최정민 미술평론가
최정민 평론가.
부실 공사는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적정한 시간을 지키지 않고 불성실하게 시행한 공사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부실 공사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비롯하여 성수대교 붕괴 사고,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붕괴 사고 등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부실 공사는 현대에만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함무라비 법전 229조와 230조에 따르면 '공자가 주택을 지었으나 온전하게 건설하지 못해 무너져 건축주(또는거주자)가 사망하면 그 시공자를 사형한다', '건축주의 노예가 부실시공으로 사망하면 시공자의 노예를 죽인다'라는 법이 제정되었다. 고대부터 존재했던 건축법은 불안정한 건축이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중대한 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부실 공사로 인하여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였다. 조선 정조연간(正祖, 재위 1776∼1800) 실학자인 박제가의 『북학의』에 따르면 건물을 세울 때 잘 다듬어지지 않은 재목(材木)을 평평하지 않은 터에 세웠기 때문에 온전한 건물이 없었다고 한다. 고을을 지나는 교량(橋梁)은 1년 이상 버티기 어려우며, 행여 다리가 무너질까 백성들을 동원하여 교각(橋脚)을 붙잡고 서 있게 하였다고 한다. 서민들의 주거지뿐만 아니라, 궁궐에서도 문제가 존재했다. 겨울철 부실 공사로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일대의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하니 현대의 부실 공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조선시대 부실 공사에 대한 일면에는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악습에 따른 기술인에 대한 천시가 한 몫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술자들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기 어려웠다. 조선 후기 도시 풍경을 담아낸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건설공사를 하는 조선시대 노동자들의 현장 모습이 담겨있다. 3명 혹은 4명이 조를 이루어 건축재로 사용될 목재를 옮기는 모습, 건축물의 뼈대를 만들고 있는 장면들은 조선시대에도 체계적으로 공사가 시행되었음 을 인지할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공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담당자를 공개하는 '공사실명제'를 도입하였다. 지금의 '공사정보실명제'와 동일한 취지이다. 현재까지 한양도성 전 구간에 걸쳐 297개의 '각자성석(刻字城石)'이 발견되었다. 각자성석은 한양도성을 축조하기 위해 사용된 성곽의 돌에 당시 공사 담당자의 이름, 직책, 담당 지역 등을 날카로운 것으로 새겨 넣은 것이다. 성벽 축조 시 각 지방의 작업자들에게 구간마다 작업을 할당하여 성벽을 쌓게 하였다. 돌에 새겨진 정보와 세분화된 작업 방식은 성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각자성석을 확인하여 책임을 물기 위함이었다. 즉 나라에서 공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로 건축법이 점진적으로 강화되어왔다. 2022년 1월 27일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하였다. 부실 공사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도 연관된다. 공사 기간을 맞추려 무리하게 작업하니 부실 공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윤추구를 위하여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제값을 주지 않으면 안전한 시공은 불가능하다. 건설 현장에서 독촉하는 관행부터 근절시키고 작업 자의 환경부터 좋아져야 안전과 품질 보장이 되는 건설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