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무관심 속에 쪽방세입자 5년째 '희망 고문'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무관심 속에 쪽방세입자 5년째 '희망 고문'

정동 공공주택지구 착공커녕 기본조사도 못하고 표류중
토지·건물주 낮은 보상가 우려로 반대, 기본조사도 못해
쪽방 주민 방치되고 주거환경 열악, LH·대전시 의지없나

  • 승인 2025-01-19 16:31
  • 수정 2025-01-20 17:50
  • 신문게재 2025-01-20 1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대전역 쪽방촌
대전 정동 쪽방촌 일대 모습.
대전 정동 일대 쪽방촌 주민들에게 올해 겨울은 유독 더 힘겹다. 지금 이들에게 칼바람보다 힘든 것은 주거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뒤바뀐 희망 고문이다. 5년 전 쪽방촌 정비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 사업은 2년 넘게 멈춰있다. 중도일보는 소외된 지역 쪽방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인권 문제, 그리고 해법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무관심 속 지연되는 대전 쪽방촌 개발

2. '쪽방서 쪽방' 탁상행정에 소외된 인권



3. 이뤄지지 않는 '착한 개발'… 해법 없나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대전 정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개발 추진이 무관심 속 답보 상태에 놓였다.

반대 의견에 부딪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초조사인 지장물 조사를 2년째 중단한 상태로 올해 조사가 재개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19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2020년 국토교통부는 대전 쪽방촌 밀집 지역인 동구 정동 일대를 공공주택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LH와 대전도시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 공공주택 1400호(공공임대 700호, 공공·민간분양 700호)를 마련하고, 대전시와 동구청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통해 대전역 주변 쪽방촌 정비와 동시에 100여 명의 쪽방 주민들이 새롭게 지어지는 영구임대주택에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만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사 중에는 임시 주거단지를 만들어 주거 공백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 2022년 착공, 2024년 입주를 목표로 하다 개발 지연으로 완공 목표가 2026년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착공은커녕 개발지역 기본조사도 끝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LH는 2022년 정동 쪽방촌 일대 토지와 건물 감정평가를 위해 지장물 조사에 나섰으나, 당시 30%만 조사하고, 2년째 일시중단한 상태다. 토지·건물주들이 공영개발에 따른 낮은 보상가 책정 우려로 사업을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어 조사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LH는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협의하겠다며 찬성 의견이 70%, 즉 과반수가 나와야 조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LH가 토지·건물 소유주 170여 명을 대상으로 개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률 자체도 3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올해 주민 설명회나 간담회를 일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쪽방 세입자들은 5년째 기약 없는 주택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다. 개발 소식과 정부의 기초 생활수급자 주거급여 지원인상률에 쪽방 임대료가 평균 3~4만 원씩 오른 데다, 철거될 것을 고려해 집주인들이 주택 수리마저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 일대에서 수십 년째 거주 중인 쪽방 주민인 김모 씨는 "뇌경색을 앓고 있어 몸은 아프고 병원비도 많이 나가는데 집이 낡아서 웃풍이 심해 겨울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춥다"며 "얼른 사업이 진척됐으면 좋겠지만, 토지·건물주들이 반대하니 힘없는 세입자들이 뭐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곳의 토지와 건물을 갖고 있는 주민, 상가 운영자들은 사업 자체가 부당하다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정동 일대 토지·건물주인 A씨는 "공영개발이라 토지나 영업 보상이 턱 없이 적을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상가 운영을 위한 이주 자체도 힘들 것"이라며 "이 주변 민영개발 시세와 상응하는 토지 보상을 원한다. LH나 시에서는 법이 개정돼 현물보상으로 거주지에 상관없이 토지건물주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준다고 하지만 들어가기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업시행자인 LH와 협력기관인 대전시가 사업 추진에 보여주기식일 뿐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대전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업을 시작했던 서울 영등포 쪽방촌 개발은 똑같이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미 보상절차를 거쳐 쪽방 세입자 임시주거단지 입주 단계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전은 작년까지 주민설명회나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했음에도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쪽방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얼른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