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쪽방보다 못한 임시주거지...노후 여관촌 뿐 "밥도 못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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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쪽방촌 재개발 보고서] 쪽방보다 못한 임시주거지...노후 여관촌 뿐 "밥도 못먹어"

대전시 여관, 여인숙 임시주거지로 활용 계획에 우려
취사 안 되고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없는 곳 대부분

  • 승인 2025-01-20 17:46
  • 수정 2025-01-20 21:40
  • 신문게재 2025-01-21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여인숙
대전 중동 일대 모습.
대전 정동 일대 쪽방촌 주민들에게 올해 겨울은 유독 더 힘겹다. 지금 이들에게 칼바람보다 힘든 것은 주거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뒤바뀐 희망 고문이다. 5년 전 쪽방촌 정비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 사업은 2년 넘게 멈춰있다. 중도일보는 소외된 지역 쪽방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인권 문제, 그리고 해법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 '쪽방서 쪽방' 탁상행정에 소외된 인권



쪽방촌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쪽방 주민들의 주거 공백 해소를 위해 마련되는 임시주거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는 공사 기간 중동 일대 여관, 여인숙에 주민들이 일시 거주하도록 지원하겠단 계획이지만, 법적으로 취사가 안 되고 스프링클러 등 최소한의 소방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일까지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2020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시는 정동 공공주택지구 조성 계획 중 공사 기간 쪽방 세입자 등 원주민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임시주거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시 대전시는 정동과 가까운 중동 일대에서 운영 중인 23곳의 여관, 여인숙과 협의해 주민들이 일시 거주할 수 있도록 객실 138개를 확보한 바 있다.

다만 사업 지연으로 5년이 지난 상태인 가운데, 대전시는 소유주 변경, 폐업 확인을 위해 중동 일대 여관·여인숙에 대해 다시 실태조사를 한 후 재협의를 할 계획이다. 월세를 지원해 주민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동 주민 사이에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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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일대 여관 객실 중 한 곳. 좁은 공간에 TV와 침대만 갖춰진 모습이다. (사진=독자 제공)
실제로 중도일보가 지난 1월 15일 중동 일대를 돌아본 결과, 객실 규모가 쪽방과 비슷한 5평(16.5㎡)내외가 대부분이었다. 냉장고와 TV, 옷장 등은 갖춰져 있지만, 취사를 위한 부엌이 없는 것은 물론 일부는 화장실도 객실 내부에 없어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여관 임에도 불구하고 월세방으로 운영하는 업주들도 있었다. 객실 조명이 붉은색인 곳도 보였다.

법적으로도 여관과 여인숙은 취사가 불가하다. 일반 숙박업소로 분류된 여관·여인숙은 조리할 수 있는 독립된 주방이 없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해 조리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즉,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라면 하나도 끓여 먹을 수 없으며, 늘 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업소 대부분 화재 안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2024년 8월 대전소방본부가 스프링클러 미설치 숙박업소를 조사한 결과, 중동 지역에 있는 여관·여인숙 전체 15곳 중 14곳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일대 여관·여인숙은 1970~1980년대에 지어진 구축이 대부분으로 당시만 해도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이 재개되면 임시주거단지에 대해서도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동에 사는 원주민 A씨는 "착공 후에 공사 기간이 2년 정도는 소요될 텐데 그동안 밥 하나도 못해 먹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무엇보다 일부는 아직까지 성매매 알선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라 안전상으로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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