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김지윤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5-02-04 17:20
  • 신문게재 2025-02-05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쥬니
김지윤 기자.
매번 되풀이되는 실패를 겪으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무력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한다고는 했는데"라는 마음이지만, 결과는 여전히 그곳에 멈춰 있다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전교도소 이전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이렇다.



1984년 유성구 대정동에 건립된 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 놓여있던 대전교도소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당시 논과 밭이었던 대전 외곽에 지어졌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인근 지역이 개발됐고 현재는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대전 교도소를 매일 스쳐가고 있다.



특히, 최근 관저동과 유성을 잇는 도안대로가 뚫리면서 도로 옆 대전교도소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개통 당시 교도소 천장 부분이 멀리서지만 훤히 보였다. 다행히 주민들의 민원으로 일부 부분에 방음벽이 세워져 가려졌지만, 여전히 벽면이 없는 곳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보이곤 한다.

교도소 인근 주택가와 아파트들이 놓인 이곳에서 대전교도소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교도소를 떠나보내고 싶은 주민들의 염원은 커지고 있지만, 사실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2017년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가시화될 듯 기대됐던 이전 사업은 8년이 지금까지 이전은커녕 행정 절차마저 멈춤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법무부, 대전시가 MOU를 맺고 본격적으로 이전 사업을 추진했으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

당시 예타 조사 중간점검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이후 대전시는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곤 했으나 현 시점까지 해결된 건 없다.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예타 조사 면제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계속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꺾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 됐다.

수개월 전부터 법무부와 함께 협의 중이던 사업 축소 역시 12·3 계엄과 탄핵 여파로 잠정 연기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실패에 주민들의 허탈감은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엔 되겠지"라는 작은 기대감은 희망 고문이 돼 버렸고, 난항을 거듭하면서 주민들은 관심을 잃고 있다.

1년 전 대전교도소 인근에 거주한다는 주민을 만난 뒤 벌써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은 만날 때마다 깊어가는 한숨을 숨기지 못한다.

이제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다. 불가능한 방안을 내놓으며 시간만 흐르는 현시점 또다시 대선이라는 이슈에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걸렸던 대전교도소 이전 사업은 당시에만 빛을 본 어느 순간 색이 바래지고 있다.

주민들의 관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전시만의 외로운 노력으로는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지역 사회에서 해당 문제에 얼마만큼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매번 상기시키고 정부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불러일으키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설 필요가 있다. 김지윤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2.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