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하는 것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하는 것

  • 승인 2025-02-09 16:28
  • 신문게재 2025-02-10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209135213
정바름 기자
지난주 아침 집을 나설 때 각오를 단단히 했다. 여러 겹을 껴입고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빈틈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파 탓에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에 머무르는 것은 물론, 낮 기온도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바깥에 잠시라도 있기 힘들 정도였다.

강추위 속 가장 걱정되는 것은 취약계층의 건강과 신변이다. 특히 거리 노숙인들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을 거다. 대전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연락해보니 운영 중인 24시간 한파 대피소에 15명이 추위를 피해 지내고 있었다. 센터에서 파악한 지역의 거리 노숙인들은 40명 정도 되는데, 일부 노숙인들은 센터에서 대피소로 오라고 설득해도 꿋꿋이 텐트나 침낭 하나로 바깥에서 지낸다고 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게 임시로 방을 얻어주겠다고 해도 대부분 "괜찮다"며 거절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일 혼자 바깥에서 생활하다 보니 대피소의 단체 생활이 꺼려지거나, 몇몇은 사람이 베푸는 온기마저도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센터에서 매일 거리를 돌며 노숙인들에게 핫팩, 침낭 등 보온용품을 지원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 본다.

지난주 매서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대전에서 소방이나 질병관리청에 접수된 한랭 질환 환자 신고가 없었던 것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따스한 손길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에는 가정폭력을 당하고 거리에 나와 며칠 동안 대전역 인근에서 추위에 떨던 40대 여성을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발견해 한파 응급대피소에서 머물게 한 후 여성피해자지원센터인 '1366'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복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사례였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찾아오는 봉사와 후원은 취약계층에게 큰 힘이 된다. 경제가 어렵고 혼란한 사회 분위기 탓에 불우이웃을 위한 지역사회의 후원이 줄고 있는 것은 걱정이다.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주민들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지역 쪽방 상담소나 연탄 은행에 들어오는 후원액 감소로 난방 지원도 줄어드는 탓에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쉽사리 보일러를 틀지 못하거나 연탄을 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차디찬 바람이 새들어와 실내에서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며 느낀 점은 한 번의 따뜻한 손길로도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지난번 기득권보다는 얼어붙은 사회를 녹여주는 사람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선배와 함께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모두가 피로감을 느끼는 시기에도 이들은 평소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었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던 계기였다.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