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피습] "살인에 우울이라는 이유는 없다"… 심리 전문가들 우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초등생 피습] "살인에 우울이라는 이유는 없다"… 심리 전문가들 우려

우울증 환자 낙인찍기, 피의자 심신미약 주장 부추길 수도
상급자 대신 약자 대상으로 한 권위 살인일 가능성도 제기
교육청 대처 등 극단적 상황 초래 배경이 무엇인지에 초점 둬야

  • 승인 2025-02-13 17:41
  • 신문게재 2025-02-14 3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213171239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초등학생이 여교사에게 흉기로 피습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학교 관계자가 사건 장소를 가르키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대전 초등생 가해 교사의 범행 사유를 우울증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고 자칫 피의자의 심신미약 주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혹은 망상장애 가능성이 있지만, 정신질환을 떠나 상급자 대신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권위 살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13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2월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여교사 A씨는 경찰 초기 진술에서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대전교육청은 사건 브리핑 열고 해당 교사는 우울증으로 의료진 소견에 따라 2024년 12월 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지만, 20일 만에 조기 복직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확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A씨가 밝힌 정신질환에 초점이 맞춰지며,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판단이 위험하다는 것이 심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00만 32명으로 집계됐다. 많은 이들이 마음의 감기처럼 앓는 병이지만, 우울증이 자칫 폭력성을 띨 수 있다는 편견이 생겨 우울증 환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볼 수 있다는 거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힘든 병"이라며 "우울한 상태에서는 무언가 폭력을 야기할 만한 에너지를 주기 어렵다. 가해자가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게 원인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인 A씨가 심신 미약을 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신병력을 밝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가해자가 병력을 자기 방패로 쓴 것일 수 있다"며 "범죄자가 밝힌 것을 문제점으로 두게 되면 오히려 범인을 감싸는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 물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교단에 서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논의는 정확한 결과가 나온 뒤에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역시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실에 기반해 사건의 사회 구조적 원인과 개선 방안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권위 살인' 범죄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불만이 있는 상급자에게 행하지 못해 약자를 상급자에 투영해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 초기 진술에서 A씨는 "복귀 3일 뒤부터 짜증이 났고, 교감이 수업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A씨가 범행 사흘 전 동료 교사를 폭행한 것에 범행 당일인 10일 오전 교육청은 장학사 2명을 파견해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날 오후 A씨는 학교 인근 주방용품점에서 범행에 쓰일 흉기를 구입했는데, 일련의 과정 속 범행에 자극을 준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범죄심리학 프로파일러)는 "상급자를 범행 대상을 삼고 싶지만, 실제로 죽이기 어려우니, 눈에 보이는 가장 약한 존재를 공격해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어소리티 킬링'(권위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 우울증에서 조현병 혹은 망상장애로 악화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교육청·학교의 대처와 병원의 오진 등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2. 대전 서구 다시 젊어진다… 도마·변동 정비사업 순항, 둔산·갈마도 시동
  3.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4. [사설] 지방중수청 ‘개문발차’ 상황 우려된다
  5. [사설] '홈플러스 사태', 벼랑 끝에 선 근로자
  1. [중도초대석] 성보기 초대 대전회생법원장 “회생은 경제적 치유 과정…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
  2. 올 여름엔 나도 ‘몸짱’
  3. [시사오디세이] 행정수도 완성,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4. K-푸드, 첨단기술과 만나다… '푸드테크 대도약' 선언
  5. "주택 복도에 엔진오일 뿌려"… 대전 다세대주택서 방화 시도한 50대 붙잡혀

헤드라인 뉴스


충청광역연합 띄운 박수현…행정통합·공공기관 이전 등 `공동 대응` 역할론 대두

충청광역연합 띄운 박수현…행정통합·공공기관 이전 등 '공동 대응' 역할론 대두

박수현 충남지사가 충청권 공동발전의 구심점으로 충청광역연합을 제시하면서, 연합의 역할과 위상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간 이해관계로 지연되고 있는 대전·충남 행정통합뿐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 첨단산업 투자 유치 등 대정부 협력 과제에서도 연합을 충청권의 공동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지사는 7일 도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민선 8기에서 충청광역연합이라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이를 보물처럼 잘 써야 한다"라며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지연되거나 여..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벼랑 끝' T1 vs '무패 가도' 한화… MSI 2026 결승 향한 ‘라스트 댄스’ 시작됐다

한밭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대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한화생명이스포츠(이하 한화생명)와 T1의 결승라운드 진출 여부에 이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 본선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LEC(유럽-중동-아프리카)리그의 G2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3-0 완승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1, 2세트 모두 10K 이상의 골드 격차를 벌렸고 고전했던 3세트마저 제압하며 결승 라운드에 한 발 더 다가..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민선 7기 산하기관장들 저와 함께 모두 사퇴했다" 일침

허태정 대전시장은 7일 산하 공사와 공단 수장의 사퇴 여부와 관련, "민선 7기 저와 함께했던 기관장들은 모두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가진 충청권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공사와 공단 수장 중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가 있느냐'는 중도일보의 질문에 대한 허 시장의 첫 마디다. 이장우 전 시장이 임명한 공기업 수장과 이사를 비롯해 출자·출연기관 곳곳에서 버티고 있는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제 민선 7기 당시 허 시장이 임명했던 공사 사장들과 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가까이 남기고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제10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조성칠 의원

  •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불어난 물에 사라진 유등천 돌다리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