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문충사(文忠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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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문충사(文忠祠)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5-04-16 16:04
  • 신문게재 2025-04-17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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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일제에 의해 개통될 때 가장 난공사였던 속성 4구간인 세천역 인근 증약터널 입구 액석에 당시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게'는 '악신경분'이라는 글을 새겨 넣었다. 그 뜻은 '너희들이 신령스럽게 받들던 산신은 놀라 달아나 버렸다'는 뜻으로 어려웠던 공사를 마친 성취감과 당시 우리의 산신신앙에 대한 비아냥이 섞인 글이다. 조용했던 한밭 벌을 관통한 경부선 철도가 지나고 나서 러일전쟁을 승리한 일제는 그해 11월 17일(고종 42) 일본군의 포위 속에 강압적으로 대한제국의 외부대신 '박제순'과 증약터널의 액석에 글을 새긴 주한일본공사 '하야시 곤스게' 사이에 '을사늑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 정부에 위임하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일본 관리를 파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늑약 체결로 대한제국은 일제에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보호국으로 전락하여 사실상 반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의 초대 통감으로 부임해 일제 식민지 지배의 기초 작업을 시행하였다.

대전시 동구 용운동 주택가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을 통탄해하며 자결한 송병선과 송병순 형제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문충사(文忠祠)라는 사당이 있다. 이곳에 모셔진 송병선은 대전 성남동에서 태어나셨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9대손으로 학문이 뛰어나 천거되었으나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19세기 말 외세가 물밀듯이 들어와 나라의 앞날이 어려워지자, 송병선은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회복하고자 우선 동지들을 규합하여 사상적 무장을 확대하고자 하였다. 그는 제자 양성에 주력하여 각종 강회 및 강론 활동을 통해 충청도 지역은 물론 전라, 경상 지역 및 전국 각지의 문인들을 규합했다. 그는 을사오적을 처단하라는 상소를 올렸다. 일제의 위협 속에서 강제 늑결된 조약의 불법성과 일본에 예속될 것임을 통찰하여, 이러한 위기의 책임이 간신배들과 이를 간파하지 못한 국왕에게 있음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비판에 머물지 않고 모든 국민들의 동참으로 국난을 극복할 것을 주장하였다. 고종을 움직여 일제를 배격할 수 있는 정책을 도모하고자 독대하려 하였으나, 일제는 경무사 윤철규로 시켜 송병선을 유인해 내어 대전역으로 압송하였다. 이에 그는 황제 국민 유생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성남동 고택에서 자결하였다. 유서에서 그는 을사오적 처형과 '을사늑약' 파기를 주장하고, 국민적 궐기로 국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송병선이 자결하자 그를 모시던 노비 공임이 그의 빈소에서 통곡한 후 상전을 뒤따라 자결해 세간에서 그녀를 의비(義婢)로 칭송하였다.

문충사에 함께 모셔진 송병순은 송병선의 아우이자 그와 함께 학문과 사상을 같이하였다. 그는 '을사늑약' 파기운동을 하던 송병선이 자결하자 구국활동을 결심하였다. 그는 토오적문(討五賊文)을 지어 전국유림에게 선포하여 민족정기의 앙양과 국권회복을 호소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의리에 기초한 윤리와 외국세력의 타도, 유림들의 단합, 외교적 성명을 통한 을사조약의 파기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송병선이 지향하였던 국가의 질서 회복, 외세척결, 국민단합 등과 상통하는 것으로 송병선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을사년인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120년 전 일제에 의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해이기도 하다. 지역의 민간 문화단체인 '대전향토문화연구회'에서는 지난 3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고 '을사늑약'의 역사적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이에 항거하여 순절한 문충사에 모셔진 우리 지역의 송병선, 송병순선생을 잊지 않고 널리 알리기 위한 시민들을 위한 공개강좌를 개최했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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