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거짓말에 무게가 있을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거짓말에 무게가 있을까?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5-04-27 16:09
  • 신문게재 2025-04-28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사진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거짓말에 무게가 있을까? 용서되는 거짓말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거짓말도 있을까? 하루 대화 중에 거짓은 얼마나 섞여 있을까. 편집국 마감 시간을 앞둔 업무에 바쁜 시간에도 이런 생각이 몇 차례씩 머릿속을 빗겨간다. 최근 있었던 경험때문이다.

지난 20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날은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대전에서도 대전시의사회가 주축이 되어 서울집회에 참가할 이들이 서구 둔산동 우체국 근처에 모여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의사와 사직 전공의 그리고 의과대학 학생들 총 400여 명이 준비된 전세버스 10대에 나눠타고 상경했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다시 전국단위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집단화된 그들이 집회장에서 가공되어 나오는 구호와 메시지 말고, 그들 본연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탄핵에 찬성과 반대하는 측의 집회에서도 구호와 연설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과 별개로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가 이뤄져 왔다. 또 다른 성격의 집회나 시위, 파업의 현장에서도 구성원 개인적 의견과 생각을 현장에서 묻고 들음으로써 가공된 표현과 날것의 생각을 기자의 머릿속에 담았다가 공적인 언어로 표현해왔다.

돌이켜보면, 이번 의정갈등 과정에서 대전에서 서울집회 상경 참가는 모두 2024년 3월과 6월 그리고 이번까지 세 차례 있었고, 지난해 4월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충남대 의대 방문이 있었다. 그때마다 현장에서 취재하며 사직 전공의나 의대 학생과 직접 대화하며 의견을 나누고 싶었으나, 자기의 생각을 피력하려는 이 한 명을 만나기 어려웠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던 와중에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 대전에서 상경집회 참가 전세버스를 기다리던 대전 의대생들과 대화를 하려다가 마주한 한 학생의 거짓말은 기자가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는 파란 희망 풍선을 빵 터트리고 말았다. "저희는 버스 기사예요, 저희에게 묻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라며 양손을 들어 핸들을 조작하는 시늉을 하며 인터뷰 요청하는 기자에게 거짓말하는 학생을 만나서다.

취재현장에서 인터뷰 요청을 많이 해보았고, 비례해서 거절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다른 말을 둘러대어 말하기 불편한 부분을 피하거나, '모른다', '나는 아니다'라는 방식으로 모호하게 관계성을 부인하는 거짓말도 종종 마주했다. 그런데 이번처럼 다른 이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은 전에 인터뷰에서 경험하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학생이 내뱉은 거짓말을 내가 이토록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장차 의사가 되겠다고 해서인가, 장차 생명을 지키는 일 앞에 거짓말은 용서될 수 있는가 오늘도 나는 묻고 있다. /사회과학부 임병안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2.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