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흘라바는 얇게 밀어낸 반죽 사이에 견과류와 설탕을 겹겹이 쌓아 만든 후 달콤한 시럽을 더해 완성된다. 8겹 이상의 반죽 사이에는 잘게 간 호두와 헤이즐넛이 듬뿍 채워지고, 녹인 버터를 덧발라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마름모 형태로 자르고 아몬드나 호두를 얹는 전통은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설탕과 레몬즙으로 만든 시럽을 부어 깊은 단맛을 더하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특별한 날 선물이나 대접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파흘라바는 아제르바이잔 전통 설날인 노우루즈 명절의 상징이다. 이 시기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파흘라바를 만들며, 이는 음식을 넘어 가족 간의 유대와 전통을 나누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지역에 따라 바쿠 스타일, 셰키 스타일, 간자 스타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특히 여성들이 주도해 만들며 세대 간의 기억과 이야기가 오고가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의 파흘라바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각국의 디저트 박람회와 전통 음식 전시회에서 소개되며, 아제르바이잔 외교부와 문화부는 이를 '음식을 통한 문화 교류'의 대표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파흘라바는 아제르바이잔의 전통미와 가족문화, 그리고 환대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파흘라바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세대를 잇는 손맛과 정성의 결정체다. 그 속에는 달콤함보다 깊은 가족의 온기와 역사의 무게가 담겨 있다. 다가오는 문화행사나 미식 축제에서 파흘라바 한 조각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아제르바이잔의 봄, 가족, 그리고 사랑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아제르바이잔의 문화적 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엘미나 명예기자(아제르바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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