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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 포스터. |
정보기관의 비밀 요원 에단 헌트는 1996년 처음 등장해서 무려 30년에 이르도록 시시때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에 호출되었습니다. 헌트라면 해낼 거라는 호출자의 기대는 지극히 양면적입니다. 그의 영웅성을 극한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임무 수행 중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태로움을 드러냅니다.
아니나 다를까 헌트는 땅 위에서 뛰기도 하고, 바닷속을 헤엄치며, 비행기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어느 것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배우와 배역에 이물감이 전혀 없습니다. 톰 크루즈가 헌트이고, 헌트가 곧 톰 크루즈입니다. 스타성과 영웅성이 이처럼 잘 맞물리는 경우를 이제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서부 영화의 존 웨인, 누아르 영화의 험프리 보가트, <람보> 시리즈의 실베스터 스탤론,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전설적인 액션 스타 배우들은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스크린 속 영웅적 활약은 세상 속 남성들의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악당을 물리치고 공동체를 구해내거나 가족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워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영웅. 그들을 통해 얻는 대리만족이 얼마나 큰지를 같은 제목과 스타일의 작품이 시리즈로 오래도록 만들어진 정황이 말해 줍니다.
서부 영화 속 황야의 마적단, 누아르 영화의 도시의 불법자, <람보> 시리즈의 전쟁터의 적군들을 지나 이제 헌트가 마주한 악당은 사람이 아닙니다. AI와 맞서 싸우는 그의 무기는 여전히 육체입니다. 뛰고, 헤엄치고, 비행기에 매달리는 그의 액션은 처절합니다. 60이 넘은 배우의 공력이 대단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원시 시대 수렵으로 가족을 지키던 남성의 빛나던 육체성은 문명화, 제도화, 구조화된 사회 의 보잘것없는 부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추억으로 남게 될 에단 헌트의 놀라운 액션 역시 통쾌함보다는 영웅의 마지막을 예감하는 애처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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