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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기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달리하고 말았다.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교권보호위원회, 민원 대응에 대한 매뉴얼이 의무화되고, 국회에선 '교권 보호 5법'이 통과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원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교원지위법 시행령'에 따라 2020년부터 매년 2회 실시하는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를 교육부가 최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유치원과 초·중·고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4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4234건이다.
전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2023년은 5050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전년 대비 주춤했지만 2020년에 비하면 3.5배나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침해 현황을 보면 중학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침해 주체별 주요 침해 유형을 살펴보면 학생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32.4%), '모욕·명예훼손'(26.0%) 순이다.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 부당간섭'(24.4%), '모욕·명예훼손'(13.0%), '공무 및 업무 방해'(9.3%) 순으로 발생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 또는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신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경우가 주요 사례다.
실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제주의 故 A 교사의 사례가 그러하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 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계속 항의를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생 가족이 아침부터 밤까지 많게는 십여 차례 전화한 기록이 그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故 A 교사의 제자는 "선생님은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을 돌봐 주셨고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저희가 잘못을 했을 때 혼을 내주시기도 했지만 외면하기보다는 다가와 주셨습니다"라고 손편지를 썼다.
우리가 알고 있고 경험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이며 지금도 교육 현장에 계신 대부분 선생님이 이럴 것이다.
철저한 수사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합당한 법률 적용으로 앞으로 교육 현장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는 선생님들이 혼자서 이런 일에 맞서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확실하게 재발 방지가 되길 바란다.
삶과 배움의 현장인 학교가 어쩌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게 됐고, 선생님들이 제대로 교육활동을 할 수 없는 현장이 됐는지 반성하고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교사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 희망적인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을 열어갈 것이다.
김영춘 전 공주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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