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생님, 그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 전국
  • 천안시

[기고] 선생님, 그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 승인 2025-06-22 13:06
  • 신문게재 2025-06-23 18면
  • 김한준 기자김한준 기자
KakaoTalk_20250327_122828406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스승의 날을 기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달리하고 말았다.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교권보호위원회, 민원 대응에 대한 매뉴얼이 의무화되고, 국회에선 '교권 보호 5법'이 통과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원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교원지위법 시행령'에 따라 2020년부터 매년 2회 실시하는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를 교육부가 최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유치원과 초·중·고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4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4234건이다.

전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2023년은 5050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전년 대비 주춤했지만 2020년에 비하면 3.5배나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침해 현황을 보면 중학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침해 주체별 주요 침해 유형을 살펴보면 학생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32.4%), '모욕·명예훼손'(26.0%) 순이다.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 부당간섭'(24.4%), '모욕·명예훼손'(13.0%), '공무 및 업무 방해'(9.3%) 순으로 발생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 또는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신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경우가 주요 사례다.

실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제주의 故 A 교사의 사례가 그러하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 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계속 항의를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생 가족이 아침부터 밤까지 많게는 십여 차례 전화한 기록이 그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故 A 교사의 제자는 "선생님은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을 돌봐 주셨고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저희가 잘못을 했을 때 혼을 내주시기도 했지만 외면하기보다는 다가와 주셨습니다"라고 손편지를 썼다.

우리가 알고 있고 경험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이며 지금도 교육 현장에 계신 대부분 선생님이 이럴 것이다.

철저한 수사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합당한 법률 적용으로 앞으로 교육 현장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는 선생님들이 혼자서 이런 일에 맞서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확실하게 재발 방지가 되길 바란다.

삶과 배움의 현장인 학교가 어쩌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게 됐고, 선생님들이 제대로 교육활동을 할 수 없는 현장이 됐는지 반성하고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교사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 희망적인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을 열어갈 것이다.
김영춘 전 공주대 부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집 좁아 에어컨 무상지원도 못 받아" 폭염에 노숙 택한 쪽방주민
  2. 새 정부 출연연 혁신 정책 윤곽… PBS·종사자 처우 등 개선
  3. 대전노동청, 2025년 제1차 정기통합 워크숍 성료
  4. 마을어장에 '수상낚시터' 허용, 어촌에 새 활력 기대
  5. 세종미래전략산업펀드, 1호 투자 기업 큐노바 선정
  1. [박현경골프아카데미]스크린 골프장 주인이 회원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는데.. 결과는?
  2. 세종 대안·특수학교 수요 증가… 학교 추가설립 속도 낸다
  3. 세종시 학생 선수들, 체육 꿈 키운다
  4. '국정기획위와 세종시' 첫 만남...지역 현안 얼마나 담길까
  5. ‘시원하게 장 보세요’

헤드라인 뉴스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충청 주자들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황명선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로,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민심의 평가다. 제가 승리를 책임질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 출생인 황 의원은 서울시의원과 3선 논산시장을 거쳐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된 점을 언급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참 걱정”이라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각별한 관심..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에 입주하는 충남대 의과대학이 오는 9월 문을 연다. 의정 갈등 여파로 한차례 개교 연기 끝 희소식으로, 앞으로 충남대 의대 입학생들은 의예과 1~2학년 과정을 세종공동캠퍼스에서 보내게 된다. 한석수 세종 공동캠퍼스 이사장은 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형 캠퍼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충남대 의대가 의정 갈등으로 입주를 못하다 보니 편의시설 미비 등 운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이하 공캠법인)에 따르면 2024년 개교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

  •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