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오늘, 진짜 어른이 되는 날

  •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오늘, 진짜 어른이 되는 날

중국 고3 ‘성인례’ 현장을 지켜보며

  • 승인 2025-07-06 11:40
  • 신문게재 2024-12-08 26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오늘, 진짜 어른이 되는 날1
5.18일 토요일 이른 아침, 휴대폰으로 친구가 보낸 영상 몇 개가 연이어 도착했다. 함께 적힌 문자——"눈물이 멈추질 않아."

첫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새빨간 관례(冠禮) 모자를 쓴 학생들이 짙은 남색 교복 차림으로, 황금빛 18개의 축포, 햇살 아래 '성인문' 앞에 서서 《18세 성년 선서》를 엄숙히 낭독하고 있었다. 중국의 많은 고등학교는 수능을 앞둔 고3에게 전통 관례와 현대 교육 이념을 결합한 '18세 성인례'를 열어 준다. 장중하면서도 가슴 뜨거운 순간이다.

오늘, 진짜 어른이 되는 날2
두 번째 영상은 선생님들의 힘 있고도 감동적인 낭송이었다.

우리는 함수를 이용해 우주의 낭만을 증명하고,



한문으로 은하의 속삭임을 번역합니다.

지금, 모든 방정식과 시구는

우주급 변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의 시행착오를 때로는 잘못으로

단정지은 우리를 용서해 다오.

교무실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으니,

별을 좇는 너희를 영원히 비추리라.

오늘은 이별이 아니라,

뿌리가 봄 흙으로 스며들고

꽃잎이 하늘을 입맞추는 날.

오늘, 18세 성년의 암호를 받아 가거라!

그러나 기억해라. 진정한 비상은

역풍을 견뎌내야만 가능하단다.

― 우리 함께 부딪치고, 돌파하고, 파도를 가르자!

낭송은 운동장에 메아리쳤고,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두드렸다. 세상 밖으로 떠밀기 전, 교사들이 건네는 마지막 애정 어린 당부였다.

오늘, 진짜 어른이 되는 날3 수정
세 번째 영상은 학교가 미리 촬영한 '부모와 자녀의 대화'였다. 그중 "내가 기억하는 한 마디" 코너가 특히 마음을 울렸다.

'사랑을 느끼게 한 한 마디'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한 엄마: "딸아이가 다섯, 여섯 살 때 품에 안겨 '나도 엄마처럼 따뜻한 사람이 될래'라고 했어요."

-한 아빠: "아들이 '아빠는 슈퍼맨이라 못 하는 게 없어'라며 웃었죠. 잊을 수 없다."

-한 남학생: "주말에 지하철 타고 학교로 돌아갈 때마다 엄마가 '내 어깨에 기대서 좀 더 잘래?'라고 물었어요."

-한 여학생: "엄마는 늘 '최선을 다했으면 됐어,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해요."

또 '미안함을 느끼게 한 한 마디'를 묻자, 아래와 같이 답하였다.

-한 아빠: "되돌리고 싶은 말은 '아빠를 너무 실망시켰어'였다."

-한 엄마: "'다른 집 애 좀 봐'라고 비교했을 때 정말 후회해요."

-한 여학생: "예전에 '멀리 있는 대학에 가서 부모님 간섭 없이 살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언젠가 지치면 돌아와, 우린 그 자리에 있을게'라 답했습니다."

원래 '사랑해'와 '미안해'는 늘 평범한 대화 속에 숨어 있었고, 그 목소리가 마음 깊숙이 닿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출발할 수 있다.

마지막 영상을 닫자, 친구의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 나 역시 그랬다.

이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작별의 힘이자 맞이함의 용기였다. 그 순간 나는 성인례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그것은 "나, 열여덟 살이야"를 선언하는 의식을 넘어, 아이·부모·교사가 서로에게 정중히 전하는 한마디로 "저와 함께 성장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열여덟의 어깨마다 이 감사가 깃들길, 그들이 "가슴엔 햇살을, 발밑엔 힘을" 품고 걸어가길 바란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밀양시 아리랑대축제, 시민 빠진 무대 '공감 부재' 지적
  3.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4.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5.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1.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세종 장애인승마 이종하 선수, 국가대표 선발
  4. 세종TV, 창립 15주년 기념식 열어 새 비전 제시
  5. 골프존 GDR아카데미, 신규고객 첫 구매혜택 프로모션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