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노무현 대통령의 꿈, 행정수도 완성(?)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노무현 대통령의 꿈, 행정수도 완성(?)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 승인 2025-07-06 16:52
  • 신문게재 2025-07-07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강병수수
강병수 교수
대통령께서 올해 안으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 정당 후보들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공약으로 내걸어 그 어느 때보다도 행정수도 완성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의외의 가짜 뉴스(?) 같은 소식을 들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가 임기 중·후반으로 가면서 동력이 상실되는 현상이 반복되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임기 시작 2주가 채 되지도 않은 초기부터 동력을 상실한 듯하다.

수도 이전은 1970년대 말 서울의 과밀 해소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공주시 장기면을 중심으로 추진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서거하면서 수도 이전은 없던 것으로 하였으나, 좋은 직장과 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구가 지방으로 분산될 것으로 생각하고 1980년대 초부터 분산정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서울로 다시 회귀하였고, 서울 소재 대학들은 지방에 분교만 설립하여 분산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이 시기에 서울이 급격하게 팽창·확산하면서 그린벨트를 넘어 수도권을 형성하게 되었고,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이 탄생한 것이다.



2000년대 초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이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해지자 "국민이 어디에 살든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한 국가 공공기관을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인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헌법의 존재(?)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하면서 지금의 행복도시가 만들어졌고 대통령실과 국회, 외교부 등 일부 행정기관, 그리고 헌법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였던 것이다.

대기업이 서울에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중앙정부와의 접촉 가능성이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대기업의 발전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수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를 이전하면 기업, 특히 대기업의 본사 기능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대기업을 따라 협력기업과 하청기업이 이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수도의 미완성으로 대기업 본사 기능의 이전은 고사하고 대통령실과 국회를 왕래하는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의 비능률만 증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행정수도가 완성되어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국민이나 지역사회와 아무런 교감이나 협의 없이 해수부 이전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부산이 다른 도시에 비해 북극항로와 연결하기에 용이하고 항만, 어업, 해양특화기관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정책수립기관이지 정책집행기관이 아니다. 부산 현장에서 집행기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 세종시 관련 부처, 예를 들면 외교, 통상, 기후 등의 관련 부처들과 가까이에서 협업하는 것이 필수적인 해양정책에서 다른 중앙부처와의 거리감은 국정 전반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를 한 장소에 두는 것은 정책을 입안할 때 빈번한 소통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해수부의 이전은 수도권 기업과 인구 분산을 가져올 세종시의 중심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모든 방법이 큰 효과가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국가균형발전의 핵으로 세종시에 중앙정부를 이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아무런 정당성 없이 해수부를 이전하고 나면 곳곳에서 어떤 부처는 자기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앞세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론은 분열되고 막을 방법은 없어진다. 행정수도를 완성하여 국가균형발전을 가져오기도 전에 행정수도가 갈기갈기 찢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께서 정책수립 기능을 가진 해수부 이전보다는 현장 중심의 집행기관 이전에 중점을 둔 다른 대안을 찾도록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1.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2. 항우연 곪았던 노노갈등 폭발… 과기연전 "우주항공청 방관 말고 나서야"
  3.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4. [교단만필] 학교스포츠클럽, 삶을 배우는 또 하나의 교실
  5.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