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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교수 |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가 임기 중·후반으로 가면서 동력이 상실되는 현상이 반복되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임기 시작 2주가 채 되지도 않은 초기부터 동력을 상실한 듯하다.
수도 이전은 1970년대 말 서울의 과밀 해소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공주시 장기면을 중심으로 추진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서거하면서 수도 이전은 없던 것으로 하였으나, 좋은 직장과 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구가 지방으로 분산될 것으로 생각하고 1980년대 초부터 분산정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은 서울로 다시 회귀하였고, 서울 소재 대학들은 지방에 분교만 설립하여 분산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이 시기에 서울이 급격하게 팽창·확산하면서 그린벨트를 넘어 수도권을 형성하게 되었고,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이 탄생한 것이다.
2000년대 초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이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해지자 "국민이 어디에 살든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한 국가 공공기관을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인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헌법의 존재(?)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하면서 지금의 행복도시가 만들어졌고 대통령실과 국회, 외교부 등 일부 행정기관, 그리고 헌법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였던 것이다.
대기업이 서울에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중앙정부와의 접촉 가능성이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대기업의 발전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수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를 이전하면 기업, 특히 대기업의 본사 기능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대기업을 따라 협력기업과 하청기업이 이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수도의 미완성으로 대기업 본사 기능의 이전은 고사하고 대통령실과 국회를 왕래하는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의 비능률만 증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행정수도가 완성되어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국민이나 지역사회와 아무런 교감이나 협의 없이 해수부 이전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부산이 다른 도시에 비해 북극항로와 연결하기에 용이하고 항만, 어업, 해양특화기관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정책수립기관이지 정책집행기관이 아니다. 부산 현장에서 집행기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 세종시 관련 부처, 예를 들면 외교, 통상, 기후 등의 관련 부처들과 가까이에서 협업하는 것이 필수적인 해양정책에서 다른 중앙부처와의 거리감은 국정 전반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를 한 장소에 두는 것은 정책을 입안할 때 빈번한 소통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해수부의 이전은 수도권 기업과 인구 분산을 가져올 세종시의 중심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모든 방법이 큰 효과가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국가균형발전의 핵으로 세종시에 중앙정부를 이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아무런 정당성 없이 해수부를 이전하고 나면 곳곳에서 어떤 부처는 자기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앞세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론은 분열되고 막을 방법은 없어진다. 행정수도를 완성하여 국가균형발전을 가져오기도 전에 행정수도가 갈기갈기 찢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께서 정책수립 기능을 가진 해수부 이전보다는 현장 중심의 집행기관 이전에 중점을 둔 다른 대안을 찾도록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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