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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도착하자, 초록빛 뽕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그 가지 사이로 검은 보석처럼 영그는 오디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엄마, 이게 오디야?" 아이는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뽕잎 사이를 들춰보던 아이가 어느새 능숙하게 까맣고 윤기 나는 오디를 찾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엄마, 이건 내 보물이에요. 내가 혼자 땄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작은 손으로 고르고, 따고, 조심스럽게 담는 모습이 마치 작은 농부 같았다.
"이건 다 익었으니까 엄마 먼저 먹어봐요." 스스로 고른 오디를 내게 건네며 말하는 딸. 그 한 알에는 아이의 기쁨, 정성, 그리고 나눔이 담겨 있었다.
달콤한 오디를 입에 넣는 순간, 그동안 바쁜 일상에 지쳐 놓쳤던 평온과 행복이 밀려왔다.
잠시 뒤 아이는 손가락과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든 것도 모르고 웃으며 말했다. "엄마, 또 오디 따러 가요. 나 오늘 진짜 농부 된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의 체험은 단순한 과일 수확이 아니라, 딸과 함께한 자연 속의 특별한 하루이자 마음의 대화였다.
오디 따기 체험은 아이에게 자연과 가까워지는 기회를 주고 자연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부모에겐 아이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감동을 안겨준다. 흙, 햇살, 웃음이 어우러진 이 하루는, 여름의 시작과 함께 우리 모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시에위잉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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