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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전경<제공=경남도> |
연도별로 96억에서 108억 원이 집행됐고, 이 수치는 경남도가 공개한 공식 자료에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 예산이 어디에 얼마씩 쓰였는지는 어떤 문서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자는 경남도에 도비 지원 세부 내역과 집행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연도별 지원액과 집행액을 나열한 간략한 표 한 장이었다.
이른바 '총괄' 자료였다.
항목별 집행 내역이나 구체적인 사용처는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집행은 있었고, 점검은 없었다
경남도 체육지원과는 해당 자료 외 "도에서는 구체적인 세부 내역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의 통화 질의에 담당자는 "자료는 FC가 갖고 있다", "우리는 총액만 확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통화에서 다시 "자료는 갖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은 드릴 수 없다"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행정감독기관인 도청이 100억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면서, 그 사용 내역은 살펴보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만약 살펴보고 있다면 그 기록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존재한다면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는 '정보 부존재'라는 명분과 '비공개'라는 해석을 번갈아 활용하며 정보를 회피했다.
◆장부는 있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담당자는 통화에서 "자료는 일부 있지만, 우리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100억이 연봉, 운영비, 사무국 운영 등으로 쓰인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집행 기준이나 구체 항목을 묻자 "그건 FC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 집행 주체인 경남도가, 지급한 도비의 쓰임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더불어 "그 내용을 우리도 모른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도민도, 언론도,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구조를 만든다.
◆감사 자료도, 성과 평가도 공란
경남도 회계감사 및 행정사무감사 자료 중 경남FC 관련 항목은 단 한 건이었다.
"장기 운영 계획을 수립하라"는 권고성 문구 한 줄이 전부였다.
실제 집행내역 점검이나 예산 효율성 검토는 어디에도 없다.
최근 3개년 감사원 및 도 감사 지적사항은 "해당 없음"으로 정리됐다.
이는 수백억의 도비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제도적 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상 예산을 집행한 기록은 있지만, 책임을 물을 근거는 없다.
◆숫자만 남은 500억, 도민은 알 길 없다
경남FC는 해마다 수백억 원의 도비로 운영되지만, 그 예산의 세부 흐름은 숫자 하나로만 요약된다.
예산 항목은 사라졌고, 회계 근거는 비공개며, 도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도민 세금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투입됐고, 결과적으로 그 흔적은 장부 바깥으로 밀려났다.
공공 예산은 공공의 감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남FC 도비 집행 구조는, 세금이 투입되고도 아무도 추적할 수 없게 설계돼 있다.
숫자는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감춰졌다.
회계는 투명해야 한다.
숫자는 기록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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