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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래 유성구청장. |
능행차는 단순한 참배 행렬이나 퍼레이드가 아니었다. 정조는 행차 길에 양로연(養老宴)을 열어 노인과 가난한 백성에게 음식을 나눠주었다.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백성의 민원을 직접 접수하기도 했다. 상언(上言)과 격쟁(擊錚)이다. 글자 그대로 상언은 글로 쓴 민원이고, 격쟁은 글 모르는 백성이 꽹과리를 두드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다. 밑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백성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했다. 일종의 민생 탐방이자 현장 방문이었던 셈이다. 정조의 능 행차는 재위 24년 동안 66회에 달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궁을 나와 현장에서 대중과 직접 만나는 걸 즐겼다. 대중 연설도 좋아했다. 이런 일화가 있다. 2003년 1월 어느 날,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피아우이주(州)의 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진흙과 오물 범벅의 길에서 수십 명의 주민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들과 포옹하며 남자는 말했다. "하루 세 끼 밥을 먹게 해주겠다." 그는 열흘 전 취임한 룰라 대통령이었다. 이날 약속은 그의 역점 정책인 '기아 제로(Fome Zero)'로 이어졌다. 룰라는 임기 내내 이 약속과 정책을 실천하는 데 주력했다. 룰라 대통령은 2023년 재임에 성공했다.
오늘 6월 30일은 민선 8기가 시작된 지 꼭 3년 되는 날이다. 내일 7월 1일부터 남은 1년이 시작된다.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년 차가 되었다고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목표를 수정할 일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다른 날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둘 수도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은 잘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민선 8기 3년의 마무리와 남은 1년의 시작을 현장 방문으로 잡았다. 지난 24일 장대 1블럭 LH행복주택과 한국임업진흥원 신청사 건립지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 유성복합터미널 건설 현장까지 관내 13개 동의 주요 사업 현장을 방문한다. 지난 3년간 추진한 핵심 사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남은 1년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해 행정의 연속성과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현장 방문지는 유성구의 미래 발전과 구민들의 삶과 직결된 곳이다. 담당자들에게 형식적인 행사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실무 위주의 현장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문했다.
이달 초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경제 회복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명령 1호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이었다. 유성구도 새 정부 출범과 국정과제 대응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민선 8기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정책 방향에 대응할 전략을 준비·실행하는 것도 남은 1년의 중요한 임무다. 문제도, 답도 현장에 있다. 정조나 룰라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끝까지, 현장으로.' 민선 8기 남은 1년을 시작하는 다짐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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