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객관적인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체 8.34%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지만, 20대 이하 남성에서 37.2%, 30대 남성에서 25.8%라는 지지를 받았다. 20대 이하 남성에서는 2위인 김문수 후보(36.9%)를 제치고 1위가 되어 20대 이하 남성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대통령 후보라 할 수 있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58.1%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해 전국 득표율 49.42%를 웃도는 지지를 보였다. 이준석 후보에게는 10.3%만의 지지를 보내 20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지지 성향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는 5% 이내의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지만 20대 이하 여성과 남성은 무려 34.1%의 차이가 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에게 58%, 남성에게는 36.3%의 득표를 얻었다. 격차는 21.7%로 이번 대선은 지난 대선에 비해 12.4%가 더 벌어졌다. 20대 대선부터 이어진 20대 내 성별 분화의 경향이 21대 대선에서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20대 남성이 구별된 의식을 가진 새로운 정치적 집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이를 '이대남의 극우화, 보수화'로 표현하며 우려를 표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근데 이러한 경향을 단순히 '극우화'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할까? 다른 사회적 맥락은 없을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2030 남성들이 이념적으로 보수화되어 있다기보다는 자신들이 경험한 배제와 불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보수화를 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정 담론, 부동산 가격 폭등, 성비위 문제, 성평등 교육의 혼란 등의 경험을 통해 주류로부터의 배제가 정서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67%가 12·3 비상계엄으로 이루어진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념적으로 극우이거나 보수인 유권자들과 다른 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여성과 남성이 겪는 현상을 토대로 불만과 분노만을 자극하지만 그 근본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회 구조적인 원인과 심화된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을 때가 많다.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더 다양한 정치집단과 정치인이 등장할 필요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라는 인도계 무슬림 정치인이 뉴욕 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남성, 청년, 유색인종, 노동계급의 지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SNS 등을 통해 2030 남성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 '소년의 시간'이 있다. 영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13살 소년 제이미가 어떤 경험과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비극적인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지를 다룬 4부작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제이미가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 남성의 고유한 문화와 인지를 습득하는 과정이었다. 자신을 경쟁에서 밀려난 실패자로 인식하고, 거부하는 상대방을 증오하는 감정이 커졌던 곳은 바로 SNS였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SNS 밖으로 걸어 나와 이웃과 만나고 대화하고 공감하는 그런 오프라인의 커뮤니티 말이다. 위에서 말했던 배제와 실패의 감정들을 돌보고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포용의 커뮤니티말이다. 정치와 정당이 그 역할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