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새로운 소년의 시간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새로운 소년의 시간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승인 2025-07-06 12:52
  • 신문게재 2025-07-0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권인호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제21대 대통령 선거 정국부터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관심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이 세대가 보이는 사회적 인식과 정치적 선택이 다른 성별 및 세대와 보이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체 8.34%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지만, 20대 이하 남성에서 37.2%, 30대 남성에서 25.8%라는 지지를 받았다. 20대 이하 남성에서는 2위인 김문수 후보(36.9%)를 제치고 1위가 되어 20대 이하 남성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대통령 후보라 할 수 있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58.1%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해 전국 득표율 49.42%를 웃도는 지지를 보였다. 이준석 후보에게는 10.3%만의 지지를 보내 20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지지 성향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는 5% 이내의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지만 20대 이하 여성과 남성은 무려 34.1%의 차이가 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에게 58%, 남성에게는 36.3%의 득표를 얻었다. 격차는 21.7%로 이번 대선은 지난 대선에 비해 12.4%가 더 벌어졌다. 20대 대선부터 이어진 20대 내 성별 분화의 경향이 21대 대선에서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20대 남성이 구별된 의식을 가진 새로운 정치적 집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이를 '이대남의 극우화, 보수화'로 표현하며 우려를 표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근데 이러한 경향을 단순히 '극우화'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할까? 다른 사회적 맥락은 없을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2030 남성들이 이념적으로 보수화되어 있다기보다는 자신들이 경험한 배제와 불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보수화를 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정 담론, 부동산 가격 폭등, 성비위 문제, 성평등 교육의 혼란 등의 경험을 통해 주류로부터의 배제가 정서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67%가 12·3 비상계엄으로 이루어진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념적으로 극우이거나 보수인 유권자들과 다른 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여성과 남성이 겪는 현상을 토대로 불만과 분노만을 자극하지만 그 근본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회 구조적인 원인과 심화된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을 때가 많다.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더 다양한 정치집단과 정치인이 등장할 필요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라는 인도계 무슬림 정치인이 뉴욕 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남성, 청년, 유색인종, 노동계급의 지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SNS 등을 통해 2030 남성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 '소년의 시간'이 있다. 영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13살 소년 제이미가 어떤 경험과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비극적인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지를 다룬 4부작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제이미가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 남성의 고유한 문화와 인지를 습득하는 과정이었다. 자신을 경쟁에서 밀려난 실패자로 인식하고, 거부하는 상대방을 증오하는 감정이 커졌던 곳은 바로 SNS였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SNS 밖으로 걸어 나와 이웃과 만나고 대화하고 공감하는 그런 오프라인의 커뮤니티 말이다. 위에서 말했던 배제와 실패의 감정들을 돌보고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포용의 커뮤니티말이다. 정치와 정당이 그 역할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동진 건양사이버대 총장, 원대협 14대 회장 취임 “원대협법 국회통과 총력"
  2. 백석대 레슬링팀, 제49회 전국대학레슬링선수권대회 '메달 싹쓸이'
  3. 천안시청소년재단-이천시청소년재단 업무협약 체결
  4. 천안법원, 만취 상태서 충돌사고 내고 도주한 30대에 '징역 1년'
  5. 천안시립교향악단, 9월 3일 신진연주자 '협주곡의 밤' 개최
  1. 천안도시공사 북부스포츠센터, '시니어 트로트댄스' 조기 마감
  2. 천안동남경찰서, 동천안우체국 직원 대상 교통안전교육 실시
  3. 단편영화인과 대전시민들의 축제 개막…31일까지 엑스포시민광장서 상영
  4. 천안시골프협회, '2025 천안시장배 및 협회장배 골프대회' 성료
  5. 천안시, 아동학대 대응·보호 협력체계 강화…민관 합동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첫 정기국회 돌입 충청 현안관철 골든타임

李정부 첫 정기국회 돌입 충청 현안관철 골든타임

1일부터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에 돌입하면서 충청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골든타임에 돌입했다는 지적이다. 행정수도특별법과 대전충남특별법 등 연내 통과는 물론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충청 현안 관철을 확답받을 수 있도록 지역 민·관·정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 트램 등 현안 예산 증액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발등의 불인데 한층 가팔라진 여야 대치로 충청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국회는 1일 오후 2시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같은 달 9·1..

국회·대통령실 플러스 `디지털 미디어단지` 약속은 어디로?
국회·대통령실 플러스 '디지털 미디어단지' 약속은 어디로?

세종시 누리동(6-1생활권) 입지만 정한 '디지털 미디어단지(언론단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로 이어지면 정책 공약으로 남겨져 있으나 빈 수레가 요란한 형국이다. 당초 계획상 토지 공급은 2025년 올해였다. 2021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수도권 일간지 4개사와 방송 7개사, 통신 1개사부터 지방까지 모두 17개사가 너도나도 양해각서만 체결했을 뿐, 실체는 온데간데 없다. 당시만 해도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이 2027년을 향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각각 2033년, 2029년으로 미뤄져 앞날은 더더욱 안개..

여야 대전시당, 내년 지방선거 앞 `잰걸음`
여야 대전시당, 내년 지방선거 앞 '잰걸음'

내년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대전시당이 조직 정비와 인재 양성 등 지선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권력을 차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지역에 3당 구도 안착을 목표로 한 조국혁신당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먼저 조국혁신당 대전시당은 8월 31일 중구문화원 뿌리홀에서 대전·세종 제2기 정치아카데미를 개강했다. 2기 아카데미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등 8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했다. 첫 강의는 최강욱 전 국회의원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라는 주제로 수강생들과 만났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