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힘주어 외친 언어는 명분으로는 단단했으나, 태도는 배려의 자리를 잃고 있었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눈빛과 "못할 것이 없다"는 기세는 개혁의 무게보다 권력의 자신감을 먼저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규정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정당 해산 경고를 던졌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언론개혁 법안 추진까지 거대한 변화를 한 호흡에 쏟아냈다.
임대차보호법, 은행법, 가맹사업법 개정이라는 민생 법안도 덧붙였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과제들이지만, 듣는 이의 가슴에 남은 것은 개혁의 설계도보다 상대를 겨냥한 날 선 경고였다.
정치사는 언제나 개혁의 언어와 권력의 태도가 엇갈릴 때 파열음을 냈다.
1970년대 유신 체제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 앞에서 겸손을 잃은 권력은 오히려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했다.
고대 로마 원로원도 "공화의 이름으로"라는 구호 속에서 권력을 집중시켰고, 결국 제국으로 변질됐다.
역사는 늘 반복해서 경고한다.
권력을 움켜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철학자 로크는 권력은 위임받은 것이지 소유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한시적이며 조건부다.
하지만 연단에 선 태도는 때때로 이 원리를 잊은 듯 보인다.
대통령이 아닌 당 대표가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단정적 예고를 내놓을 때, 국민의 눈에는 개혁이 아닌 권력의 과시로 비칠 수 있다.
명분은 빛나도 태도는 그림자를 남기는 까닭이다.
국민의힘이 이 장면을 보는 감정은 복잡하다.
해산 경고에 맞서 방어 본능을 드러낼 것이고, 동시에 민생 법안에는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운 난감함을 안을 것이다.
국민 일반 역시 정의감과 기대를 느끼면서도, 정치 갈등 심화에 대한 피로와 불안이 교차한다.
결국 남는 감정은 "맞는 말이지만, 도를 넘은 것 아닌가"라는 씁쓸한 물음표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 빛을 내려면 태도는 낮아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오래된 격언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태도의 높낮이를 겨누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권력을 쥘수록 숙이고, 힘이 클수록 나누는 마음이 필요하다.
버스는 달려가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는 것은 국민이다.
개혁의 열차가 멈추지 않으려면, 자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배려의 빛을 더해야 한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