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언어적 장벽이나 생활 습관의 차이로 인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표를 주저하거나 친구 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교육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교실 속 작은 만남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문화를 아이와 자연스럽게 나누고, 동시에 다른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아이는 두 세계를 모두 품은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문화를 긍정적으로 격려해 준다면, 아이는 '나는 두 가지 문화를 가진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저는 다문화 가정 학부모님들께 자주 "당신의 문화가 곧 아이의 자산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자산이야말로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이 바로 세계시민교육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은 단순히 외국 문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나와 다른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를 기르는 교육입니다. 교실에서의 작은 경험, 가정에서의 대화와 배움이 모여 결국 아이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마음, 그리고 지구 공동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입니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입니다. 한국 사회의 교실과 가정에서 시작된 존중과 배려가 사회 전체로 확장될 때, 우리 아이들은 국적과 배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로서, 그리고 학부모로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작은 노력이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박주나 대전송촌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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