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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청 전경 사진. (제천시 제공) |
토목직은 80명, 건축직은 50명이 넘는다. 하지만 5급 이상 간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조차 해당 직렬의 승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은 기술직 공무원들에게 상실감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기술직 국장 6개월, 행정직은 3년"… 뿌리 깊은 불균형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보직 운영의 형평성에서도 기술직은 철저히 밀려 있다. 기술직 국장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만에 자리를 바꾸지만, 행정직 국장은 2~3년씩 장기 보직을 맡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술직 내부에서는 "우리는 소모품처럼 쓰이다가 밀려난다"는 허탈한 말까지 나왔다.
한 현직 공무원은 "토목 건축, 도시재생 사업 등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 현장을 지탱하는 기술직은 승진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이제는 일할 의욕조차 꺾인다"고 토로했다.
▲"이런 구조로 3년 반… 기술직 국장 0명?"
이번 인사의 여파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승진 연한과 구조를 감안하면 앞으로 3년 반 동안 토목직에서 국장을 배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직렬 간 불균형을 넘어, 조직 자체의 신뢰와 동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로 해석된다.
한 전직 인사 전문가는 "기술직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데, 단지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조직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인사는 수치보다 신뢰가 우선이고, 특정 직렬의 반복적인 배제는 인사 실패"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인사를 발표하기 전에 후보군과 최소한의 교감이라도 나누고, 원칙을 설명했더라면 내부 갈등은 이처럼 격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행 없는 행정 비전은 공허하다."
제천시는 최근 수년간 하천 정비, 도시재생 등 굵직한 현장 사업을 추진 해왔다. '현장 중심 행정'을 내세운 시정 방침과는 달리, 그 현장을 책임지는 기술직 인력이 조직 내에서 홀대받는 현실은 정책 신뢰마저 흔든다.
퇴직 공무원 B 씨는 "현장은 말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 특정 직렬만 배려하는 인사구조는 조직의 균형을 무너뜨릴 뿐"이라며 "김창규 시장이 말한 '혁신 행정'이 진심이라면, 인사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인 즉슨 김창규 시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주변 어첨꾼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균형 잡힌 인사는 곧 시정의 품격이다. 기술직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공정하고 예측이 가능한 인사가 조직의 신뢰를 지키는 첫 출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천=전종희 기자 tennis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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