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 국장님, 기술직은 왜 항상 후 순위인가요?

  • 충청
  • 충북

[기자수첩] A 국장님, 기술직은 왜 항상 후 순위인가요?

전종희 차장 (충북 제천 주재)

  • 승인 2025-10-14 08:04
  • 수정 2025-10-14 15:27
  • 신문게재 2025-10-15 17면
  • 전종희 기자전종희 기자
전종희
전종희 차장(충북 제천 주재)
제천시가 13일 발표한 수시인사를 두고 시청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겉으론 평온했지만, 속은 끓고 있었다. 기술직 공무원들은"이번에도 우리 직렬은 없었다"는 체념 섞인 말이 사무실을 떠돌았다.

토목직은 80명, 건축직은 50명이 넘는다. 하지만 5급 이상 간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조차 해당 직렬의 승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은 기술직 공무원들에게 상실감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기술직 국장 6개월, 행정직은 3년"… 뿌리 깊은 불균형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보직 운영의 형평성에서도 기술직은 철저히 밀려 있다. 기술직 국장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만에 자리를 바꾸지만, 행정직 국장은 2~3년씩 장기 보직을 맡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술직 내부에서는 "우리는 소모품처럼 쓰이다가 밀려난다"는 허탈한 말까지 나왔다.

한 현직 공무원은 "토목 건축, 도시재생 사업 등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 현장을 지탱하는 기술직은 승진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이제는 일할 의욕조차 꺾인다"고 토로했다.

▲"이런 구조로 3년 반… 기술직 국장 0명?"

이번 인사의 여파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승진 연한과 구조를 감안하면 앞으로 3년 반 동안 토목직에서 국장을 배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직렬 간 불균형을 넘어, 조직 자체의 신뢰와 동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로 해석된다.

한 전직 인사 전문가는 "기술직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데, 단지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조직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인사는 수치보다 신뢰가 우선이고, 특정 직렬의 반복적인 배제는 인사 실패"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인사를 발표하기 전에 후보군과 최소한의 교감이라도 나누고, 원칙을 설명했더라면 내부 갈등은 이처럼 격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행 없는 행정 비전은 공허하다"

제천시는 최근 수년간 하천 정비, 도시재생 등 굵직한 현장 사업을 추진 해왔다. '현장 중심 행정'을 내세운 시정 방침과는 달리, 그 현장을 책임지는 기술직 인력이 조직 내에서 홀대받는 현실은 정책 신뢰마저 흔든다.

퇴직 공무원 B 씨는 "현장은 말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 특정 직렬만 배려하는 인사구조는 조직의 균형을 무너뜨릴 뿐"이라며 "김창규 시장이 말한 '혁신 행정'이 진심이라면, 인사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인 즉슨 김창규 시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주변 어첨꾼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균형 잡힌 인사는 곧 시정의 품격이다. 기술직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공정하고 예측이 가능한 인사가 조직의 신뢰를 지키는 첫 출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천=전종희 기자 tennis40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5장-별봉, 세상의 중심을 꿈꾸다
  2.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3. 안전공업 참사 73일 만에 또… 충청권 산업현장 안전 경고음
  4.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5. [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1.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 배우자, 검찰 고발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전 직원 청렴다짐대회' 개최
  3.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이수진요가로부터 후원금 전달 받아
  4. 천안직산도서관, 6월 북플렉스 '우리는 꼭 읽어주는 거야' 운영
  5. 천안시청소년복합커뮤니티센터,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서 성평등가족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침부터 이어지는 투표 행렬 아침부터 이어지는 투표 행렬

  • 훈장님 가족도 소중한 한표 행사 훈장님 가족도 소중한 한표 행사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