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신문]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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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인신문] 아름다운 마무리

이영시 명예기자

  • 승인 2025-10-23 17:12
  • 신문게재 2025-10-24 10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영시
이영시 명예기자
지난 일년 몇몇 단체에 관여하면서 잠시도 잊지 않았던 사자성어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특히, 경제활동이 끝난 노년의 삶을 가까이서 보는 시간이 많았다. 한유하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고 서글펐던 상황을 지울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주변도 안정된 것 같은데 늘 뭔가 부족한 모습 움켜쥐고 움츠리며 부정적인 대화를 한다. 지난 경제활동 시절 대접(?)받던 시간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의 대접을 바란다.

경로당 구석구석에 신문지를 모아놓고 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억지를 부린다. 아파트 단지 정자나무 아래도 내 자리가 따로 지정돼 있다. 뭔가는 내 것이 있어야 하는 욕심과 집착 때문에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특별한 경우지만 신입회원이 오면 내 자리가 좁아지고 내 몫이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흔치 않은 상황이지만 안타깝고 아쉬운 모습이다. 나누면서 비우면 지키는 수고 없이 가볍고 편할 터인데.

만나면 별 주제 없이 잡다한 이야기를 하지만 대화 중 빠지지 않는 것은 건강과 돈이다. 상대방 말은 건성으로 듣고 중간중간 끼어든다거나 생뚱한 이야기가 나오고 결국엔 자식이 보내는 용돈 자랑과 통장 잔액을 은근히 과시하면서도 계산대에 가는 것은 머뭇거린다.



누구나 권력과 돈 앞에서 무관심하고 초연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나이 70이 지나면 비우고 베풀면서, 내가 내 몫을 제대로 하는지? 쉼 없는 성찰 속에 인생 황혼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웃 지인들은 나를 보고 "참 열심히 사시네요!"라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이웃이 있기에 삶에 의미가 있다. 부지런히 사람들 만나고 'senior life Counselor'라는 자칭 내 명함처럼 어렵고 힘들다는 이웃 만나 상담 후 차 한잔 마시면서 상대방의 웃는 모습을 보면 오늘도 하루 잘 보냈구나! 하며 마음이 편해진다.

퇴계 이황이 고위관직을 고사하고 겸손과 공경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집안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도 했겠지만, 욕심과 욕망의 문턱 높이를 알고 공사(公私)의 구분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청빈한 삶보다 청부(淸富)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누구나 내 일상과 다른 주변 상황에 쉽게 변하며 융화되기는 어렵다. 나이가 많아지면 문화적 습관 변화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문화는 정체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지나가는데 나만 과거에 매달려 현실을 외면하고 편향적 생각만 주장하면 결국에는 자신은 낙오되고 주변에 피해만 남긴다.

현재는 지금 이 순간이다. 누구나 지금이 중요하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인생의 마지막은 성공이 아닌 완성의 시간이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꼰대 노릇이나 하는 인생 황혼기는 비극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면서 변하고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자기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방관보다는 대중적 비판과 합리적 반대로 참여하되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포용하고 경쟁과 갈등을 피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자신의 몫이 있다. 때론 그 몫이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것 같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몫'에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이다. 잘잘못 간 자신의 선택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며 신중하게 매사에 최선을 다해 을사년 한해 아름다운 마무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영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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