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 전산망의 심장인 국정자원의 화재는 불법과 안전 불감증이 겹치며 사상 초유의 재난을 부른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불법 하도급 실태는 심각한 지경이다. 전기공사업법은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으나, 조달청을 통해 배터리 이설 작업을 공동 수주한 2개 업체는 제3의 업체에 하도급을 줬다. 제3의 업체는 또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뒤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수주업체 2곳은 불법 하도급이 드러나지 않도록 재하도급한 업체 직원이 자신들의 업체에 입사한 것으로 조작한 사실도 밝혀졌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배터리 이전 설치 작업임에도 비용 문제를 들어 제조업체 관계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자원이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사이 불법은 만연하고, 작업은 엉터리로 진행되면서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됐음에도 행정 정보시스템 복구율은 22일 기준 63.5%에 그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자정부 서비스가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인공지능(AI)시대에 정부 전산망 운영의 기본인 데이터 백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엔 육·해·공군의 정보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국방 전산망도 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핵심 전산망의 불능은 행정 기능 마비와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정보 인프라 관리 체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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