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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23일 충북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국회 교육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 충북대서 대전·세종·충남·충북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2025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단연 화제는 '대전판 리박스쿨'이란 지적을 받았던 넥스트클럽과 관련된 질의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넥스트클럽 남승제 목사가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 등과 함께한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 발언 영상을 통해 넥스트클럽의 수탁 적절성을 따졌다.
해당 영상에서 남승제 목사는 "이제 내부로 들어가야 된다. 세력화해야 된다"며 "고도의 전략을 짜지 않으면 쟤들을 못 이긴다. 새로운 교육집단이 형성돼야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물 밀듯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방과후 늘봄학교에 침투해 극우 역사관을 전파하려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준혁 의원은 "넥스트클럽이 대전교육청의 성평등교육을 받아서 엄청나게 하고 있는데 관련해서 교육감과 특수한 관계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물었다. 그 근거로는 2022년 11월 열린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기관 선정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제시했다. 이 회의에서 넥스트클럽 측은 "교육청과 긴밀한 관계이며 대전교육청이 선정한 학교 성교육 전문기관은 저희 하나밖에 없다", "교육감 및 민주시민교육과 과장님과 긴밀한 소통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준혁 의원은 "3년간 초중고 300여 학교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는데, 제대로 된 성폭력 예방교육이 아니라 잘못된 극우이념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변질이 많이 되고 있다"며 "무려 7500여회나 강의를 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도 넥스트클럽 남승제 목사의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를 대전교육감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대전 손바닥만 해 누가 누군지 아는데, 성향을 모른다는 게 교육의 수장으로서 제대로 못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전교육청 국장이나 밑에 직원들이 제대로 보고를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설동호 교육감이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이라고 하자, 박 의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이 사람(남승제)이 정치적 중립이 아닌 극우이념 노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치적 중립이란 이름으로 이 사람의 활동을 방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런 사람이 활동하지 않게 방어하는 것도 교육감의 역할"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넥스트클럽으로 시작된 논란은 설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 공방으로 이어졌다. 박 의원 발언 종료 후 김영호 위원장은 설 교육감을 향해 "전두환은 시민을 죽인 학살자라는 데 동의하냐"며 "(동의하지 않으면) 그럼 이런 단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 교육감은 이에 대해 "그런 면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모든 것을 검토해 말씀을 드리는 것이 교육감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교육을 선도하고 이끄는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호 위원장은 호통을 치며 "설 교육감은 굉장히 극우적인 교육감이라고 저는 판단이 된다"며 "대전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교사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각 교육감에게 찬반 의견을 묻자 김지철 충남교육청은 "정치적 기본권 확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교원도 시민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한 인간이나 인권이나 사적 차원에선 기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공적으로 학생들 앞에 서는 교사는 정치적 중립에 대한 엄격한 근거나 장치가 마련된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 당일 교육감이 별도 수당을 받는 게 적절하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의 질의에 4개 시·도교육청 모두 앞으론 받지 않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밖에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1학기부터 이어진 대전둔산여고 급식 사태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설 교육감은 "석식 재개 문제는 학부모 의견을 들어서 학교운영위원회서 결정하는데 운영위가 석식 재개 중지를 존속하고 있다"며 "둔산여고와 대전교육청, 조리원이 논의를 잘해서 학생들의 건강권이나 학습권이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관련 질의로는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골프 접대 의혹에 대한 추궁이 있었다.
교육위는 이날 감사1·2반으로 나눠 같은 시간 부산·울산·경남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동시 진행했다. 감사위원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데다 깊이 있는 여러 교육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지 못하며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전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피살사건이나 특수교육 현황 등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졸속 국감이었다는 평가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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