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대통령상 작품은 김형근(1930~2023) 화백의 <과녁>이다. 작가가 고향 통영의 남방산 활터에서 본 과녁으로 서구적인 사실적 모던함이 있으면서도 신라 화랑정신과 연결시켜 높이 평가받은 걸로 알려진 작품이다.(서울아트가이드, 2006년 10월호 참고)
표적에 포가 덮여있지 않고 송판 무늬가 그대로 보인다. 못이 박혀있는 모양도 그대로 그렸다. 극사실 유화그림이다. 검은 선으로 화면이 위아래로 나누어져 있다. 선 아래에 과녁과 바닥이 맞닿은 선이 하나 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위쪽 사각형에 원이 그려져 있다. 빨간 색이 변한 거처럼 처리하였다. 깃이 위쪽으로 향한 화살 2개가 우측으로 비스듬히 꽂혀있다. 그 아래 살짝 꽂힌 듯 깃이 약간 우측으로 늘어져 바닥에 닿은 화살 하나가 더 있다. 그게 전부다. 왜 그렇게 칭찬했을까?
우선 황금비례에 대해 강조하였다. 황금비례는 선 또는 면에서 가장 아름답게 나누어진 상태의 비례이다. 둘로 나눌 때 짧은 쪽과 긴 쪽의 비례, 긴 부분과 전체의 비례가 동일한 것이다. 개략 1.618:1이다.
고대부터 사람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하려 노력하였다. 그 결과 자연의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비율을 찾아내, 각종 건축물과 예술품 제작에 이용하였다. 이집트 피라미드, 그리스 신전, 동상, 꽃병, 물 항아리 등에서 볼 수 있다. 인체도 황금비례로 이루어져있다고 주장한다. 그림의 검은 선이 황금분할 점에 있다는 것이다. 화면을 양분하고 있는 선이 아래쪽에 있어, 현대의 궁술공인규격표적과 다르다. 얼마든지 재구성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강조하는 것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황금비례를 활용했다는 것이요,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 같으면 사진 또는 영상이라도 띄워 놓고 함께 감상하며 설명하련만, 칠판에 백묵으로 도해해 놓고 하는 설명이다. 윗부분은 정방형 안에 원이 들어있다. 과거 통념상 하늘은 둥글고 땅은 정방형이란 견해가 있어 우주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엔 수많은 생명체가 운집해 있다. 정방형은 부동과 안전의 상징이요, 원은 우주 뿐 아니라 완전성, 영원성, 통일, 하나, 본질을 상징한다. 생명체는 부단히 변화한다. 화살은 변화의 상징으로 화폭에도 변화를 준다. 황금분할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 우주의 진리, 인간의 변화무쌍한 희로애락을 담았다는 것이다.
화가는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전통문화가 가득한 통영 출신이다. 어떻게 미술 공부를 하였는지 자료가 없다. 통영수산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봉직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소위로 임관해 대위로 전역하였다. 이후 정치대학(건국대) 법정과를 다녔으며,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문화예술분야에 일한 것이 전부다. 국전에서 1969년 <봉련>으로 문화공보부장관상, 1970년 <과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중앙 화단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이다. 197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귀국 후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한다. 토속적인 소재를 현대적 감성과 시각으로 해석하고 처리해 내는 것에 탁월하다.
전 세계인이 실제 또는 동영상, 그림으로 표적을 만난다. 작가는 거기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 것이다. 마티스의 말을 들어보자.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노력을 요하는 창조적 작업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습득된 습관에 의해서 왜곡된다. 현대와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게 되기 쉽다. 영화, 광고, 잡지 등은 우리를 매일 기성의 이미지들의 홍수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지성에 있어서의 편견과 같이, 우리의 시각을 왜곡시킨다."(유선경 저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미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상용화된 아름다움에 세뇌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감정조차 편견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황금비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작가가 구도 잡을 때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아름다움을 대변하진 않는다. 새로운 미학을 추구해보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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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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