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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희 공주소방서 소방위 |
특히 산림과 사찰이 공존하는 공주는 산불과 문화재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및 중요 문화재로 등재된 마곡사가 자리하고 있고, 계룡산에는 동학사, 신원사라는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사찰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천년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우리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수백 년의 유산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사찰 인접 산불과 문화재 화재가 잇따르면서, 문화유산의 화재안전 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24년 11월 12일 오후 7시 40분경, 공주시 마곡사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였다. 신속한 진화작업 끝에 1시간 25분 만에 완전 진화되었지만, 자칫했다면 사찰의 주요 문화재로 불길이 옮겨 붙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사례는 문화유산이 위치한 산사 지형의 특성상 초기 대응의 중요성과 지역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주소방서는 문화재 보호에 특화된 대응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그 결과 '마곡사전문의용소방대'를 조직해 지난 6월 정식으로 발대하였다.
'마곡사전문의용소방대'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사찰 특화형 전문의용소방대로, 사찰 인근 주민과 상가 운영자, 신도들이 직접 참여하여 초기 진화와 현장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대원들은 정기적으로 ▲이동식 펌프 및 등짐펌프 활용훈련 ▲문화재 주변 소방시설 점검 ▲야간 화재 대응훈련 등을 수행하며, 마곡사 경내와 주변 산림을 대상으로 상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공주에는 마곡사전문의용소방대뿐만 아니라, '동학사산악전문의용소방대'와 '경천산악전문의용소방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산악전문의용소방대는 주로 산악사고 구조활동을 목적으로 창설되었지만, 평상시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산림보호와 산불예방 활동을 병행하며 지역 안전의 최일선에서 헌신하고 있다.
특히 계룡산은 등산객이 많고 지형이 험준해, 단순 구조 활동을 넘어 '사람과 숲, 그리고 문화유산을 함께 지키는 현장형 의용소방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공주시가 산불로부터 안전한 도시,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028건, 피해면적은 13만4932헥타르(ha)에 달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460배이며, 피해액은 8조 3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산불이 봄철과 가을철에 집중되어 건조한 기후와 산행 인파 증가로 인한 산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께서는 산행이나 벌초, 묘지 정리 중 불씨를 방치하거나 흡연을 하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사찰에서는 전기·가스·난방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노후된 전선이나 조명은 교체해야 한다. 또한 주민과 신도들이 함께 '문화유산 지킴이'활동에 참여해 위험 요인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부터 일반 시민까지 캠페인과 체험형 화재예방 교육을 통해 '산불이 문화유산을 위협한다'는 경각심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정신 그리고 후대에 물려줄 자산이다. 불은 한순간이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은 수백 년의 역사와 마음이다.
'불은 끄는 것보다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잊지 말고, 올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가 화재 예방의 최전선에서, 문화유산과 산림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 파수꾼이 되어야 할 때다.
이경희 공주소방서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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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선 기자![11. 3. [기고문] 문화유산을 지키는 불씨, 다(소방위 이경희)](https://dn.joongdo.co.kr/mnt/images/file/2025y/11m/03d/202511030100011330000431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