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문화예산, 형평성과 실효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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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문화예산, 형평성과 실효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 승인 2025-11-12 17:06
  • 신문게재 2025-11-13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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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지역문화정책은 단순한 예술지원이나 행사성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정체성을 구축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나아가 관광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동력이 되는 종합정책이자 사회기반이다. 특히 11월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고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전과 충남의 '2025년도 문화예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어느 때보다 정책적 성찰을 요한다.

대전시는 과학기술 인프라와 교육환경이 뛰어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향유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5년도 광역자치단체별 문화예산 현황'에 따르면, 대전시 전체 예산 7조2145억원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는 1,234억원(예산 비중 1.71%)에 머물렀다. 이는 대전시민의 1인당 문화예산이 하위권에 있으며, 대전의 인구 10만명 당 문화기반시설 수도 4.30개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시설 접근성, 공연·전시 콘텐츠 다양성은 개선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는 평가다. '성심당 투어'만으로 대표되는 관광콘텐츠 편중 역시, 문화예산 구조가 창작기반의 생산보다는 소비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방증한다.

2025년 예산안을 두고 볼 때, 대전시는 생활문화와 문화산업 육성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 비중은 여전히 '행사성 단년도 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의 창작 기반을 확대하고 청년 예술가와 커뮤니티 기반 문화활동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기초단위 문화기획력 강화, 민간 협업형 문화 플랫폼 지원 등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반면 충청남도는 최근 '2030 문화체육관광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문화예산 확대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 광역 단위 추진체계를 활용하여 백제역사유적지구, 해양생태문화벨트, 농촌형 축제 등 다양한 로컬콘텐츠와 관광을 연계하는 계획이 제시되었다. 특히 '충남방문의 해'를 진행하면서 관광객 5천만 명 유치와 관련된 예산 편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인 문화 향유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예산의 재배분과 성과 관리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 충남 내 시군 간 문화예산 편차는 여전히 큰 편이며, 일부 시군은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한 조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문화예산은 단순한 양적 확대보다도, 지역 간 형평성과 문화복지 실현이라는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지방소멸과 고령화, 청년 유출 등 다중의 위기 속에서 지역문화정책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닌 복합적 해법의 일부로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 편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문화격차 해소이다. 1인당 문화예산, 문화시설 접근성, 프로그램 다양성 등 구체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문화복지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과 도시 내 저소득층·노년층의 문화 접근성을 고려한 예산 배분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단년도 단위가 아닌 중장기 문화전략 연계 예산 편성도 중요한 과제다.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형 축제나 홍보성 사업에 반복적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구조는 지역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정책목표에 기반한 전략형 사업, 예산 이월·이용률을 고려한 탄력적 운용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문화예산이 지역사회에 살아 있는 정책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형평성 있는 배분, 성과 기반의 평가체계, 중장기 계획과의 연계, 주민참여 기반의 예산 편성이라는 네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대전과 충남은 각기 다른 맥락과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실효성 있는 예산 설계'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화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이며, 단순한 여가가 아닌 공동체의 자산이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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