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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영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학교체육은 입시와 학업 부담 속에 위축되고 생활체육은 여가 중심의 활동에 머무르며 전문체육은 소수 엘리트만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세 영역이 따로 움직이는 한 체육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체육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다. 아이들이 협력과 도전, 인내를 배우며 체육의 가치를 체험하는 첫 출발점이다. 하지만 지금 학교의 운동장과 체육관 풍경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운동부는 감소하고 체육 지도자와 선수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학교들은 학교체육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운동부를 창단, 유지하며 대회 출전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교육청과 교사, 지도자들이 헌신하고 있다. 제106회 전국체전에서 각 시도의 치열한 경쟁 속에 나타난 성과는 학교체육을 중심으로 지역 기반을 꾸준히 지탱해 온 교육청의 체계적 지원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체육계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학생선수가 실업팀이나 대학으로 진학하지 못하면 결국 중간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경영난으로 운동부를 해체하는 곳이 늘고 있고 교육청의 노력은 그야말로 고군분투다. 이 악순환을 순환의 사다리로 바꾸지 않는 한 학교체육의 성장은 한계를 넘기 어렵다. 체육은 단지 경쟁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학생의 인성과 진로를 함께 성장시키는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이 무너지면 지역 체육도 국가 체육도 설 자리를 잃는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을 실제로 엮어 주는 촘촘한 현장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 연결축이 바로 지방체육회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을 잇는 실질적인 연결고리이자 현장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지방체육회는 학교 밖 스포츠클럽과 지역 스포츠교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이어주고 생활체육지도자 양성과 체육시설 관리, 각종 대회 운영을 통해 지역 스포츠 생태계를 지탱한다. 대한체육회가 국가 정책의 중심축이라면 지방체육회는 그 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실행기관이자 지역 체육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중추다.
최근 지방체육회들이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호봉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다. 이는 생활체육이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문체육지도자들과 비교하면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는 전문·생활지도자 모두가 호봉제 도입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도의 변화 없이는 진정한 처우 개선도 없다. 변화가 시작될 때 지도자의 삶은 존중받고 선수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체육인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릴 것이다. 현장을 지탱하는 사람의 처우를 바로 세웠다면 이제는 그 성과가 머무를 그릇이 필요하다.
그 그릇이 바로 지역 중심형 스포츠클럽이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진정으로 필요한 스포츠클럽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스포츠클럽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별적 예산 분배와 실질적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 현장의 제도와 인력을 정비하는 일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구조를 세우는지에 대한 철학적 합의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체육은 스포츠의 출발점이자 국가 경쟁력의 기초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육활동의 본질적 가치인 건강, 공동체, 성장의 의미를 시민들에게 다시 인식시키는 일이다. 체육은 단순한 경기의 승패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연대를 만드는 공공의 자산이다. 체육이 교육과 복지, 문화의 영역과 결합할 때 건강하고 행복한 시민이라는 목표는 완성될 수 있다. 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생활 속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국가의 경쟁력으로 확장될 때 대한민국 체육은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형 체육으로 완성될 것이다./오주영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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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